망국적 교육열이 불평등 심화 비판
국가교육위원회는 뭐 하러 있는가
국가교육위원회는 뭐 하러 있는가
한국 교육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는 세계 지도자들은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상위권 대학에서 서울 강남지역 고교 졸업생들의 비중이 지나치다"며 부유한 지역 출신 학생들에 대한 '대입 상한선'을 두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전국 의대 정시모집에서 강남 3구 출신 신입생 비율이 20%를 넘는다. 소득 상위 20% 가구 자녀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소득 하위 20%의 5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근거로 지난달 한은이 서울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특정지역 역차별 논란도 일었으나, 논의할 만한 진일보한 정책이라 평가받았다.
한발 더 나아간 이번 발언은 더 직설적이다. 이 총재가 본업인 통화정책이 아닌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상식, 관례로 여겨진 금기를 깨는, 정부 고위공직자와 정치권을 비판하는 여러 차례 파격적 발언으로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 어떤 정치인이나 명망 있는 지도자들도 '부유한 지역의 대입 상한을 두자'는 식의 말은 꺼내지 못했다. 논란이 따를 것은 자명하며 건설적 논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입시 과열과 왜곡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8학군과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인근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고소득 부유층은 한둘 정도의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한달 수백만원짜리 영어유치원, 초등학생 의대 입시반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성장기 인성보다 시험점수를 더 중시하는 삐뚤어진 우리 사회의 민낯에 씁쓸하다.
경쟁에 치인 많은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우리나라 중학생 1만명 중 465명이 자살 시도를 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는 충격적이다. 입시 과열이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졸업해도 대기업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는' 청년이 100만명에 육박한다. 학벌을 중시하는 풍조와 입시 과열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 총재의 말은 조금도 틀림이 없다.
이창용이 쏘아 올린 입시 개혁 논의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 있다. 기득권의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일회성 발언으로 무시해선 안 된다. 입시 과열이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사회계층의 사다리를 끊어놓는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개혁에 나서야 한다.
청년들은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에 절망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국가는 역동성을 잃어간다. 아픈 곳을 숨기지 않고 끄집어내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바꿀 수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뭐 하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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