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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넘은 고대 유산인데...’ 몰상식한 사막 레이싱이 불러온 결과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6 08:06

수정 2024.09.26 16:46

아타카마 사막 재단(Fundacion Desierto de Atacama)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사진=연합뉴스
아타카마 사막 재단(Fundacion Desierto de Atacama)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사막 운전(레이싱) 애호가들에 의해 남미 칠레의 지형 문자가 계속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형 문자는 모래 위 독특한 형태로 새겨진 것으로, 10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고대 유산이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비오비오칠레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보존을 위한 연구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아타카마 사막 재단'(Fundacion Desierto de Atacama)이 타라파카주(州) 알토바랑코스 고고학 단지 내 사막 지대에 있던 지형 문자들에 수많은 바퀴 자국이 나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타카마 사막 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관련 사진을 보면 손상 정도는 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동물이나 사각형 같은 윤곽을 볼 수 있던 장소가 오토바이나 차량 바퀴 자국으로 보이는 흰 선들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덮여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지형 문자의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망가진 모습도 확인된다.

현지 매체는 일부 장소에 타이어 자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역사학자들은 이 중 최소 1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산'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고학자이자 아타카마 사막 재단 운영자인 곤살로 피멘텔은 무인 비행장치(드론)로 현장 상황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피멘텔은 "사막의 역사책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곳에서의 누적된 훼손은 너무 비극적"이라며 "드론 영상을 봤을 때 믿을 수 없었는데, 최악은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알려진 아타카마에는 강한 햇볕과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그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이 덕분에 고대인들의 '거대 캔버스'는 수천 년간 과거의 메시지를 간직한 채 유지돼 왔고, 전 세계 학자들에게 다양한 연구 소재를 던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 수백명의 레이서가 오프로드용 차량이나 버기, 오토바이 등을 타고 몰려드는 실정이다. 레이스를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는 불법적인 경주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칠레 정부는 지형 문자 훼손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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