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한반도 공산화 전략 2.0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정체는?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7 06:00

수정 2024.09.27 06:0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김정은이 띄운 '통일 폐기, 적대적인 두 국가론' 한국에서도 갑론을박 -北 체제 경쟁 패배 두려움·민심이반 차단 어려워 남북관계 근본 재설정 -'대화’ 아닌 ‘무력’에 의한 ‘통일’에서 ‘점령’으로 목표를 표면화한 것이 본질 -김정은 시정연설서 "전쟁시 대한민국 점령 공화국 영역에 편입" 직접 언급 -北 수단·방법 가리지 않을 것 시사 '핵 사용 법제화, 운용절차 체계화'한 이유 -통일정책 폐기는 공포정치 일삼은 독재자, 통일 이후 처벌 회피 목적도 내포 -‘통일론’ 폐기보단 ‘적화통일’ 군사전략 지속, 흑백지대 전략 전환 해석이 합당 -北전략에 부화뇌동 지양, ‘자유민주적 통일’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 집중 필요 -동맹 등 대북 공조 폭·강도 높여야...'8·15 통일 독트린’ 지지·확대가 그 시작될 것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북한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놓고 한국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김정은이 띄웠다.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은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통일’ 용어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두려움이다. 한국과 북한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지만, 북한은 인민의 식량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등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북한 독재체제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패배했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다.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후 이제는 북한정권을 수호해야 하는 문제가 절박한 도전과제가 되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북한정권의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한류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고, 기회만 생기면 엘리트층도 북한을 버리고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것은 더 이상 경쟁을 통해서는 북한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축적된 북한 내부 문제와 무관치 않다. 외부의 적을 위협으로 부각시키면 내부 문제는 소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관심전환법을 가동시키는 성격도 있다. 북한 내부는 현재 고난의 행군 시즌II로 규정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고 주민의 불만은 누적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 도발을 통해서 임시방편적으로 민심이반을 차단해 왔으나 더 이상 단편적 대처로는 힘들다는 판단으로 남북관계 재설정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한반도 공산화 전략 2.0 차원이다. 즉 북한의 정책변화는 ‘통일’에서 ‘점령’으로 그 목표를 표면화한 것이 본질이다. 사실상 ‘적대적 2국가론’은 이견을 ‘대화’가 아닌 ‘무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식을 담고 있다. 서로 마주하는 적대국가는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강압하여 군부에는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함으로써 군사력을 통해 한반도 점령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셈법이 담겨있는 것이다. 2024년 1월 16일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목에 ‘점령’이 포함된 것은 ‘통일론’을 포기한 근본적 이유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수복’을 언급했다는 것은 찾아야 할 영토가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두 국가론’이 아닌 ‘하나의 국가’라는 성격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모순 그 자체다. 따라서 두 국가론은 결국 한반도 점령 의지를 품고 있는 전략이다. 한국을 점령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것이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핵운용무기의 핵무기 운용절차를 체계화한 이유다. ‘적대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극단적인’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핵인질화 셈법이 녹아있는 것이다.

넷째, 처벌 회피 목적도 있다. 통일정책 폐기는 통일 이후 진행될 수 있는 숙청, 정치범 수용소 만행 등 북한정권의 반인도 범죄를 덮으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 집단학살, 인권유린, 공포정치를 일삼은 정치지도자는 나중에라도 그 범죄를 처벌하려는 국제사회의 결기를 걱정하는 모습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유고연방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인종청소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질러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바 있다. 김씨일가의 공포정치 만행은 북한이 자유화되면 반드시 ‘정의’ 차원에서 따져보아야 하는 사안일 수밖에 없고, 살아있는 김정은은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이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통일을 저버린 것이다. 통일이 되더라도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 없는 방식, 즉 적화통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통일론’을 폐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통일론’을 폐기했다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적화통일’을 군사전략으로 지속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회색지대 모호성’을 버리고, ‘흑백지대 명확성’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합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전략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주지시킨다. 나아가 북한의 호전성과 근본적 전략이 사실상 변화가 없음을 인식하여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동맹,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을 대상으로 대북 공조의 폭과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외교무대를 통해 ‘8·15 통일 독트린’ 지지를 확대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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