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디 베로나' 부예술 감독 "투란도트는 제피렐리 그 자체"
[파이낸셜뉴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는 2년마다 ‘투란도트’를 공연하는데 늘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 연출 버전을 올린다. 극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작품을 이번에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한국에 가져왔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투란도트’ 제작발표회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의 부예술감독이자 제피렐리 버전 ‘투란도트’ 재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가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프레스피디를 비롯해 공연 제작을 맡은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석했다.
매년 50만명 찾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아레나 디 베로나’는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이라는 뜻이다. 1세기에 건축된 이 원형 경기장은 18세기부터 연극 공연장으로 이용되다 지난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대표작 ‘아이다’를 공연하면서 세계적 오페라 극장으로 거듭났다. 이 원형극장에서 매년 6~9월 열리는 101년 역사의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는 매년 전세계에서 50만여명이 찾는다.
‘투란도트’는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오페라 레퍼토리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특별한 것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2024년 개막작인 '투란도트'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기 때문이다.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은 오는 10월 12~19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총 8일간 펼쳐진다.
"'투란도트'는 오페라 연출 거장 제피렐리 그 자체"
트레스피디 연출은 “이 작품은 내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로나 나의 도시, 나의 극장이라고 할 만큼, 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를 한국에 가져온 게 첫 번째 의미"라며 "또 개인적으로 제필레리는 내 삶을 바꾼 사람이다. 변호사에서 연출가가 되게 해준 그의 작품을 새로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사명을 계속하게 돼 뜻깊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으로 친숙한 제필레리는 평생 120편이 넘는 오페라를 연출한 오페라계 거장이다. 그가 2010년에 선보인 '투란도트'는 야외 원형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에 맞춰 연출한 버전. 지난 2019년 96세로 별세한 제피렐리의 유산과 같은 작품으로, 화려함과 섬세함이 독보적이다. 오케스트라를 제하고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 합창단, 무용수, 연기자만 5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대작이다.
트레스피디는 “제피렐리는 대본뿐 아니라 장면, 미술 등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운영한 연출가”라며 “큰 그림뿐 아니라 세밀한 것도 놓치지 않는 게 그의 연출 포인트”라고 짚었다.
그는 제필레리 살아 생전 ‘카르멘’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재연했던 어느 무더운 날을 떠올리며 “제필레리가 무대 중앙에서 셋업하는 걸 지켜보다가 당시 다리가 불편한데도 무대 맨 꼭대기에 있는 세트에 자신을 올려달라고 하더니 직접 색칠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필레리가 그만큼 섬세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투란도트’는 제필레리 그 자체"라며 "'투란도트'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감상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페라를 매개" 한-이태리 문화인들의 갈망과 열정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대를 졸업한 전여진의 ‘투란도트’ 한국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유학 시절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를 꿈꿔온 그는 지난 3월 오디션을 통해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역에 당당히 캐스팅됐다. 이후 북미부터 유럽까지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모션 공연을 다녔고, 6월 15일 데뷔를 앞두고 연습도 다 했다. 그런데 공연 며칠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그 꿈을 미뤄야 했다.
전여진은 “못다 이룬 꿈을 한국에서 이루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연습은 완벽하게 돼 있다고 자신한다. 한국에서 정말 멋진 공연을 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지난 20년간 이탈리아 극장들과 협업을 이어온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역시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과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 이 특별한 공연을 올리기 돼 영광”이라며 “공연을 지원해준 이탈리아대사관과 흔쾌히 공연 개최를 허락해준 ‘아레나 디 베로나’ 측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베로나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성악·오페라 코칭을 전공하고, 지난 2005년 솔오페라단 창단했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대사관 대사은 “오랫동안 기다린 순간이다. 정말 행복하다”며 "노래와 오페라를 사랑하는 두 나라 국민의 잠재된 공통점을 통해 두 나라의 우정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원장은 “2023년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네스코에 선정됐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간 문화교류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공연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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