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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욱의 탈모 백과사전] 대머리 남성의 정력이 강할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8 07:00

수정 2024.09.28 07:00

[파이낸셜뉴스] 탈모 백과사전은 모발이식 명의로 잘 알려진 모제림 황정욱 대표원장이 탈모 및 모발이식과 관련한 정보를 전하는 전문가 칼럼으로, 탈모 자가진단 방법, 다양한 탈모 발현 유형, 모발이식 수술, 탈모치료 약물 등 자세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다. <편집자 주>
모제림성형외과 제공
모제림성형외과 제공

지난 201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 59명에게 모발이 풍성한 남성의 사진과 대머리 남성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는 대머리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 것으로 여겼고, 호감을 보였다.

서양에서는 대머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다. 자를란트 대학교의 로날드 한스 교수는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탈모 남성은 지혜롭고 똑똑하게 인식된다’는 사회 평판을 밝혀냈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머리에 대한 다른 매력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
정력이 강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대머리 남성은 정력이 강할까.

탈모는 남성 호르몬에서 비롯된다. 남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활동력이 왕성하게 된다. 때문에 정력도 강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탈모는 남성 호르몬 자체가 아닌 대사물로 인해 일어난다.

탈모와 연관된 남성 호르몬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으로, 고환에서 95%, 부신에서 5% 정도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자를 남자 답게 하는 호르몬이다. 뼈의 강도 증가, 골격 발달, 근육량 증가, 체지방량 감소 등과 연관이 깊다. 특히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활동력 및 성 능력과도 밀접하다. 남성적 특징을 잘 발달시키기에 남성 호르몬으로 부른다.

테스토스테론은 안드로겐형 탈모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다. 혈중의 테스토스테론이 두피의 모낭에 도달하여 5알파-환원효소와 결합하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생성된다. DHT는 모유두 세포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만나 모근 파괴 물질을 분비시킨다. 이로써 모낭이 위축돼 생장이 억제된 모발은 가늘어지는 연모화 속에 탈모가 진행된다.

여기서 탈모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더불어 탈모 유전자 보유 등 모든 작용이 맞아떨어져야 발생된다. 정력과 연관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5% 남짓이 DHT로 전환되는데, 소량의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으로도 탈모는 발생할 수 있다. 소량이기에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인체는 오묘하다.

탈모 유전자가 없는 경우 또한 탈모인과 정력의 무관성을 뒷받침한다. 탈모 유전자가 없다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의 과다 여부는 모발 생장에 별 관계가 없다. 분비량이 많은 경우는 성적인 능력을 포함한 활동력이 왕성하다. 즉 탈모 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라 남성 호르몬의 두피 작용 결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대머리 남성의 정력이 강할 것이라는 속설은 옳다고 볼 수 있을까. 결론은 대머리와 정력은 무관하다. 남성 활동력이 강할 개연성은 있지만, 탈모와 정력의 유의미한 상관성은 떨어진다.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소량만이 탈모 유발 인자 DHT로 전환되기 때문에, 탈모와 정력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황정욱의 탈모 백과사전] 대머리 남성의 정력이 강할까?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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