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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디어 산업 위기.. 글로벌 빅테크, 영향력에 따른 책임 져야"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9 10:00

수정 2024.09.29 10:00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고려대 이헌율 교수,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 인하대 조성동 교수, 서울대 홍종윤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된 세미나 종합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고려대 이헌율 교수,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 인하대 조성동 교수, 서울대 홍종윤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된 세미나 종합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가 오게 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경쟁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구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사업자들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영향력에 따른 책임성을 비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지난 26~27일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주제로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전체 구독형 주문비디오(SVOD) 시장의 월간활성이용자(MAU) 40~5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행사 이틀째인 27일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이 위원을 비롯해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고려대 이헌율 교수,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 인하대 조성동 교수, 서울대 홍종윤 교수가 참여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제작비가 거의 70% 이상 오른 상황”이라며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반면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CP) 2개사(구글·넷플릭스)는 트래픽 점유율이 34%에 달하는데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유럽처럼 글로벌 CP에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성을 부과해야 한다”며 “레거시 미디어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인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는 우리 정부는 물론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OTT 지원금이 30억원 정도로 제작비의 약 25% 정도인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며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4~6부작도 하고 형식과 시간 제한이 없는 반면 국내 방송국은 중간 광고가 가능한 60분 기준 최소 8부작 이상을 요구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는 “우리 개구리가 황소 개구리(해외 CP)와 싸우려면 우리 개구리 힘을 키워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방송 자본 규제 완화 등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잠시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멈춰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는 “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도 수익성이 낮아지는 등 어려운 상황인 만큼 버티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 저항을 줄이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방송 미디어 제도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도 한 인하대 조성동 교수는 “통합 미디어 컨트롤 타워의 설립·운용으로 통합방송미디어법제 마련 및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맞는 규제 혁신 추진 등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편법이 아닌 정당한 방식의 상호 경쟁과 성장, 기여와 협력 등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미디어 시장이 긴급 상황이기에 미디어 3학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홍종윤 교수는 “미디어 3학회가 앞으로 2년만 공동 대응을 해보자”며 “그동안 학계에서 미디어 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대안도 냈지만, 이제는 학계가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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