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사망이 28일(현지시간) 공식 확인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27일 베이루트 지하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를 이스라엘이 공습하면서 나스랄라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수장이 사망하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5일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한 뒤 ‘복수’를 다짐했다.
하메네이는 ‘역내 모든 저항군’에게 헤즈볼라를 지원하라고 촉구해 이스라엘과 이 지역 무장단체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아졌다.
17일 헤즈볼라 무선호출기(삐삐) 동시 폭발, 23일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또 역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간 전쟁을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나스랄라 사망
헤즈볼라는 당초 나스랄라가 사망했다는 이스라엘 주장에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앞서 27일 베이루트 남부의 민간 거주 건물을 폭격한 뒤 이곳이 헤즈볼라 본부라면서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폭격했으며 그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 쪽에서 나스랄라가 사망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고, 하루 뒤인 28일 결국 헤즈볼라는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헤즈볼라를 30년 넘게 이끌며 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장단체로 성장시킨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 지역을 공습할 때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당시 나스랄라가 아파트 지하에 마련된 본부에서 지휘하고 있었다면서 “이스라엘 시민들을 겨냥한 테러 활동을 추진 중이었다”고 밝혔다.
전면전 치닫나
나스랄라 사망이 공식 확인되면서 레바논 전쟁이 지상전으로 본격화할 위험이 더 높아졌다.
미국은 자국민 철수에 나섰고, 이란은 레바논 항공편을 중단했다.
미 국무부는 28일 특정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레바논에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레바논 주재 미 대사관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상 인력이 아닌 이들과 가족은 철수토록 했다.
국무부는 비필수 인력들을 철수시키고, 대사관 직원들의 개인 외출도 통제한다고 밝혔다. 또 사전 통지 없이 추가 여행 규제가 취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앞서 이날 레바논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국외로 떠나려 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서를 배포했다.
이란은 자국민 철수에 준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란 국적 항공사인 이란항공은 베이루트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28일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항공 운항을 중단하기로 이란항공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확전 위험 고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사망으로 역내 전쟁이 확산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사무총장 대변인 스테판 두야릭에 따르면 구테흐스는 “레바논, 이스라엘, 역내 주민들 모두 전면전에 노출돼서는 안된다”면서 “폭력의 순환을 지금 당장 멈추라”고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나스랄라의 사망은 “미국인을 포함한 다수의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가 행해진 것”이라면서도 휴전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반군, 기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다른 테러 그룹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온전히 지지한다”면서도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러나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갈등을 완화시켜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한다
이란은 복수를 다짐했다.
7월 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소행으로 보이는 건물 폭파 사고로 사망한 데 이어 27일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가 사망하자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헤즈볼라가 이끄는 저항군에 의해 이 지역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역내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역내 무장단체는 대부분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이스라엘의 27일 공습으로 이란 고위 지휘관 1명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중동 지역 고위 정보 책임자를 지낸 조너선 패니코프는 헤즈볼라가 거의 틀림없이 보복에 나설 것이고, 이란 역시 일정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면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패니코프는 “대응은 즉각적인 전면전 위험을 급격히 끌어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대대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미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에 나섰다.
사흘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한 기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예멘에서 날아온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28일에도 베이루트 공습을 지속했다.
이스라엘 대응이 더 중요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레바논 갈등이 전면적으로 확대될지 여부는 헤즈볼라보다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정보 우위, 군사적 능력, 국제 사회 압력에 대한 초연함 등으로 무장하고 그동안 민간인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와중에도 레바논 공습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와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이를 서안으로도 확대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나아가 이란과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치르는 것은 부담이 크다.
이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 키를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즈볼라를 쑥밭으로 만든 지금의 성과를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이 정도에서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도록 멈추는 것이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아니면 뚜렷한 전략적 방향 없는 지금의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자신의 지지율 확보에 최선의 길일 것으로 보고 전쟁을 고조시킬지 네타냐후의 결정에 달렸다는 것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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