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로 번진 사적제재
전문가 "공권력 강화가 답"
전문가 "공권력 강화가 답"
[파이낸셜뉴스] 사이버 레커의 사적제재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레커는 사고가 나면 몰리는 레커처럼, 어떤 사회적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소문을 퍼나르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유튜브는 사이버 레커의 수익 창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적제재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 공권력이 강화돼야 근절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회문제로 번진 사적제재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 광주에서 유튜버의 추척을 피해 달아나던 30대 남성 운전자가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사망했다. 피해 운전자는 유튜버 A씨 등이 탄 차량 3대와 1.9km의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해당 유튜버는 밤거리에 잠복해 있다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운전자를 추적·응징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그의 도를 넘는 사적제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다른 운전자를 위협했다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시민들은 사적제재를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인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사이버 레커 콘텐츠 이용 및 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0%가 사적제재를 사회 문제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학원생 강모씨(29)는 "사적제재가 도를 넘어서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곤 한다"며 "자신들은 '정의 구현'을 한다고 말하지만, 무슨 근거로 그들의 '정의 구현'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현식 K&J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누군가를 처벌한다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법에 따라 그 권한을 위임받은 법원과 검찰, 경찰 등 공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어떠한 권한이 없는 유튜버 등 민간인이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배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공권력 강화가 답
콘텐츠의 조회 수가 곧 사이버 레커들에게 수익이다 보니 사적제재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는 사이버 레커에 대해 수익 정지 처분을 내려 사적제재의 과열을 막으려 한다. 해당 유튜버의 계정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수익 정지 처분이 영구적이지 않으므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튜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익 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거부되더라도 수익 정지일로부터 90일 후에 YPP 참여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일각에선 사적제재를 근절하기 위해선 공권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자가 법 감정의 보편적 평균 입장과 비례하는 형벌을 받으며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방향으로 공권력이 변화해야 한다"며 "'공권력이 알아서 해주겠지'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사적제재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 역시 "미국 등에선 죄를 저지르면 징역 300년, 징역 500년을 선고하는 등 공권력이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엄벌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때론 보여주기식이라도 엄벌을 내리면서 범죄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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