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개인정보 230만건 확보' 태국 리딩방 사기 일당 송환…"범죄 사전예방"(종합)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30 17:10

수정 2024.09.30 17:10

현지 파견 협력관 첩보 수사 이례적
전 세계 협력관 12명·주재관 80여명 파견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 경무관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경찰청에서 태국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원 소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 경무관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경찰청에서 태국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원 소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태국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를 벌여 수천만원을 챙긴 한국인 조직원 8명이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이들은 내국인 개인정보 수백만건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돼 대규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경찰청은 사기, 범죄단체조직죄 등 혐의를 받는 A씨 등 20~30대 남성 8명을 지난 27~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했다고 9월 30일 밝혔다.

이들은 태국 방콕에서 가짜 증권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뒤 공모주 등에 투자하면 수익을 내줄 것처럼 속여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2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0명이다.

피의자들은 사기 범행에 이용할 수 있는 내국인 개인정보 230만여건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직원들이 해당 정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던 대규모 범죄를 사전에 예방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확보한 정보의 출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브로커로부터 구매하거나 전에 근무하던 범죄조직 또는 회사에서 들고 나오기도 한다"며 "이들이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파급력이 컸을 사건을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송환은 태국 현지에 파견된 경찰청 소속 경찰협력관이 지난 7월 입수한 첩보로 수사가 시작됐다. 통상 국내 피해자의 신고를 바탕으로 해외 도피한 피의자를 추적하는 통상적인 강제송환 수사와 달리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례다.

경찰청은 196개국이 가입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활용하는 한편 전 세계에 협력관 12명, 주재관 80여명을 파견하고 있다. 특히 국외도피사범 검거를 주 업무로 하는 협력관들은 각국 경찰청에 파견돼 신속한 공조가 가능하고 현지 분위기 파악 등이 용이하다.

경찰은 현지 경찰청 이민국과 이들을 추적하다가 지난 21일 합동 검거 작전을 벌여 8명 전원을 현지 이민법 위반 혐의로 우선 검거했다.

태국 경찰은 검거 현장에 경찰관 20명을 동원했다. 탄피씻 짜이빤남 중령은 "태국 내에서도 콜센터 등에 의한 사기가 증가하고 있어 태국 정부와 경찰청에서도 사건에 관심이 높았다"며 "양국 경찰청의 협력을 통해 합법적 절차로 검거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를 전담 수사팀으로 지정하고 국내 피해자들을 접촉해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았다. 피해 진술을 확보하고 현지에서 넘겨받은 휴대용저장장치(USB), 하드디스크 등 증거물을 분석하는 한편, 지난 8일에는 국내 수사팀을 현지로 파견해 조사하는 등 태국 경찰청과 긴밀하게 공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수사팀은 경찰주재관, 태국 경찰청과 송환 시기·방법 등을 협의한 뒤 '합동 송환팀'을 편성해 4차례에 걸쳐 8명을 모두 일괄 송환했다. 계좌에 남아 있던 피해금 2100여만원도 환수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국외도피사범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한 이후 매년 같은 기간 대비 역대 가장 많은 피의자인 345명을 국내로 송환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한국·태국·쿠웨이트 '삼각 공조 송환', 이달 중국 피의자 18명 릴레이 송환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태국 경찰이 긴밀한 공조를 통해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 범행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며 "최근 급증하는 투자 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해 해외 협업을 통해 어느 지역에서 범행하더라도 피의자들을 붙잡아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