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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덮친 경제 먹구름… ECB, 10월 추가 금리인하 유력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30 18:07

수정 2024.09.30 18:07

물가 억제보다 경기부양이 먼저
9월 PMI 부진… 0.25%p 내릴듯
경기 비관론에 투자사들 '신중'
지난 6월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했던 유럽이 9월에 이어 10월에도 금리를 낮춘다는 전망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받고 있다. 이들은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경기 침체 위기를 지적하며 당장 물가 억제보다 경기 부양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투자사들은 유럽 투자를 말리는 형편이다.

■9월 이어 10월도 연속 인하 가능성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 29일(현지시간) 주요 금융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0월에 2개월 연속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ECB의 금리 결정 회의는 10월 17일, 12월 12일을 포함해 2번 남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과 금리 인상에 나섰던 ECB는 지난 6월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Refi·재융자금리)와 예금금리,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0.25%p씩 내렸다. ECB는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니 9월 12일에는 해당 금리들을 각각 0.6%p, 0.25%p, 0.6%p씩 더 내려 각각 3.65%, 3.5%, 3.9%로 조정했다.

ECB는 9월에 금리를 내린 다음에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추가 인하에 대해 "미리 결정하지 않는다"라며 새로운 "경제 지표와 금리 회의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FT는 9월 중순만 하더라도 ECB의 2연속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았다며 전문가 대부분이12월 인하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18일에 0.5%p에 달하는 대규모 금리 인하(빅컷)에 나서자 ECB의 다음 행보에 주목했다.

FT와 접촉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방향보다 유로존의 허약한 경제 상황을 지적하며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의견은 부정적인 경제 지표들이 나오면서 더욱 강해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9월 23일 발표한 유로존의 9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8.9를 기록하며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 이는 제조업 및 서비스 업계의 구매관리자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 결과 장래 경기가 나쁘다고 보는 의견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지난달 51을 나타내 긍정론이 우세했으나 한 달 만에 악화됐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의 폴 홀링스워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이번 PMI가 ECB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유로존 경제는 제대로 회복될 기회를 얻기도 전에 흔들릴 수 있는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며 ECB가 행동에 나선다고 추정했다.

■침체 신호 뚜렷…0.25%p 인하 유력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노던트러스트를 비롯한 미국 투자사 관계자들은 9월 28일 현지 매체를 통해 유럽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노던트러스트의 안위티 바후구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제 지표가 매우 불안정해 보인다"면서 물가상승이 진정되고 있지만 매우 빠르지는 않은 만큼 "많은 위험을 감수할 지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니콜라스 시마르 상무이사는 "단기적으로 이익이 계속 증가할 여지가 적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헬렌 주얼 포트폴리오 운용 대표는 유럽과 무역 전쟁 등 다양한 경제 문제가 걸린 11월 미국 대선을 언급했다. 그는 "대선은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거시경제 전망도 불투명하다. 내년에 전망이 명확해질 때까지 취약한 시장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덴마크 단스케방크의 피에트 크리스티안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9월 27일 보고서에서 "ECB가 통화 정책의 초점을 물가 억제에서 성장 둔화로 옮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0월 회의 전망을 유지하기에는 지표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FT는 같은날 유럽 국채 시장에서 ECB의 금리 인하 확률을 추산한 결과 10월 인하 확률이 80%에 달했다고 전했다. 해당 수치는 9월 23일 기준으로 40% 수준이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티로프라이스를 포함한 미국 투자사와 BNP파리바는 9월 27일 유로존 금리 전망을 수정하고 10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ECB 인사들 역시 태도를 바꾸고 있다.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라고 알려진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위원회 이사는 9월 중순 연설에서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9월 26일 발언에서는 "기업과 가계의 물가 상승 기대가 상당히 줄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의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중앙은행 총재는 FT와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과 실물 경제에 대한 가장 최근 자료를 보면 10월에 금리를 0.25%p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2%) 아래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유로존 경제가 심각하게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로존의 8월 물가상승률은 3년 만에 최저치인 2.2%로 떨어졌으며 9월 27일 공개된 프랑스의 9월 물가상승률은 1.2%로 2% 목표를 한참 밑돌았다.
스페인의 9월 물가상승률 역시 1.5%를 기록해 전문가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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