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 10년간 한국의 합계출산율 급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여성 고용률 상승'과 '수도권 인구 밀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인식·제도가 개선되면서 맞벌이와 소위 '워킹맘'이 늘어난 반면 출산과 관련한 사회문화적 조건은 그에 맞게 성숙하지 못했고,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발생한 집값 급등, 경쟁 압력 등 비효율이 최근의 초저출산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경제연구원은 지난 30일 펴낸 학술지 '경제분석'에 '초저출산 원인 및 정책 효과 분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분석을 중심으로' 제하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을 작성한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소속 성원·유인경·정종우 부연구위원은 저출산의 주된 원인을 크게 △경제적 △사회문화적 △제도정책적 요인으로 분류한 뒤 OECD 국가 간 비교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이 한국의 출산율 하락과 더 연관됐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2012~2021년) 동안 한국의 출산율 급감(1.30→0.81명)은 여성 고용률, 도시 인구 집중도 변화의 기여도가 제일 높게 나타났다.
저자들은 "2000년대 이후 여성에 대한 성 역할 기대와 사회적 규범, 교육 수준의 변화는 여성 노동 공급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자 수도권으로 대거 유입하면서 발생한 혼잡 비경제(congestion diseconomies)가 출산율 감소와 연관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음으로 10년간 출산율을 가장 많이 끌어내린 요인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지목됐다. 반대로 가족 관련 정부지출, 청년 고용률의 변화는 출산율을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여성의 노동 공급은 절대적으로 출산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없다.
논문은 "최근 고소득 국가에서 여성 노동 참여율과 출산율 간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선행 연구는 이런 관계가 보육 서비스 시장의 발달, 가족 친화적 제도의 도입과 확대, 성 역할에 관한 사회적 규범의 약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노동 환경이나 가정 내 가사, 자녀 양육의 합리적 분배 등 사회문화적 조건이 얼마나 성숙했느냐에 따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출산율 간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논문은 시사했다.
한편 연구진이 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제적으로는 2000~2021년 출산율 증감에 '집값', '혼외출산'의 기여도가 가장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OECD 평균적으로 합계출산율은 주택 가격이 내릴 때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혼외 출산 비중이 늘어나는 정도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증가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의 경우, 2000~2021년 도시 인구 집중도와 막상막하 수준으로 출산율을 끌어내렸다. 분석 기간을 최근 10년이 아닌 20년으로 늘리면 집값이 저출산 현상에 미친 부정 영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셈이다.
다만 분석 모형이 미처 설명하지 못한 요인들을 합친 '기타 요인'은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기여도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논문은 "이는 본고의 모형이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음에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출산율 급감 현상의 이면에는 가족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노동 행태의 변화, 젠더 갈등 등 측정하기 어려운 변화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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