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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텐베르그 10년 저물었다"…'뤼터 총장 시대' 새 나토 과제는?

뉴시스

입력 2024.10.01 07:07

수정 2024.10.01 07:07

2014년부터 네 차례 임기 수행한 나토 사무총장 퇴임 네덜란드 총리 출신 뤼터, 美 대선과 中 위협 속 취임 日 '아시아판 나토' 안보관 확장 속 중국과 관계 주목
[브뤼셀=AP/뉴시스]서방 안보의 핵심 축인 집단안보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새 모습으로 변모한다. 옛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을 견제하기 위해 탄생한 나토가 1일(현지시각) 10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지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 나토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의 부상까지 맞물린 복잡한 국제 정세 속 북대서양 안보 문제를 책임지게 된다. 사진은 마르크 뤼터(왼쪽) 당시 네덜란드 총리가 지난해 7월11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브뤼셀=AP/뉴시스]서방 안보의 핵심 축인 집단안보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새 모습으로 변모한다. 옛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을 견제하기 위해 탄생한 나토가 1일(현지시각) 10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지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 나토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의 부상까지 맞물린 복잡한 국제 정세 속 북대서양 안보 문제를 책임지게 된다. 사진은 마르크 뤼터(왼쪽) 당시 네덜란드 총리가 지난해 7월11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인사하는 모습. 2024.10.01.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옛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을 견제하기 위해 탄생한 서방권 집단안보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일(현지시각) 10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다.

네 차례 임기(2014~2024년)로 나토를 10년 동안 이끈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최장수 네덜란드 총리(2010~2024년)로 명성을 떨친 마르크 뤼터 '신임' 나토 사무총장에게 바통을 넘긴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상한 러시아 위협으로부터 회원국을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친(親)이란 성향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 등의 충돌도 복잡한 국제정세를 만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뤼터 사무총장은 러시아에 강경론을 펼치는 인물로도 유럽에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지명된 뤼터 사무총장은 네덜란드가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덕분에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을 환기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넘어 나토와 EU 회원국 가입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스톨텐베르그 '전' 사무총장은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해 네 번째 임기를 마친다. 2014년 사무총장직에 올라 4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장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년씩 두 차례 추가로 연장했다. 두 번째 최장수 나토 수장으로 기록된 그는 다음 해 2월께 '총을 든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으로 불리는 뮌헨안보회의(MSC) 의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런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4일(현지시각) 영국 수도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01.
[런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4일(현지시각) 영국 수도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01.

◆나토 최대 위협은 미국?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하면 나토 사무총장의 중요성은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손익 기반 안보관으로 방위비 지출 규모를 빌미로 나토 탈퇴 등을 거론하며 기구에 위협을 가해왔다. 이는 회원국을 결집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내부에 이견은 있었지만 가장 큰 위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꼽힌다. 나토 동맹을 10년 동안 이끌어 온 스톨텐베르그 전 사무총장은 퇴임을 앞두고 기구 단합을 초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그는 유럽 국가가 안보 무임승차자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나토 동맹은 미국에도 도움이 돼 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만큼 많은 우호국과 동맹을 보유한 강대국은 없다며 이를 약화하려는 모든 정책은 미국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대서양 양측에서 미국과 유럽이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동맹 결집에 흠결을 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중국의 경제·군사적 팽창 탓에 국익 차원에서 나토 잔류할 것이라는 시각도 내비쳤다. 동시에 나토 자체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방위비 지출을 충족하는 국가가 23개 회원국으로 늘었다고 앞으로 늘어갈 것이라며 안보 무임승차론자를 달랬다.

[베이징=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4.05.16.
[베이징=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4.05.16.

◆'상수' 위협 중국과 관계 주목
미국의 대선 변수가 불확실한 가운데 중국의 부상과 목소리 확대는 나토에 확실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토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일시적'인 '변수'이지만 중국 위협은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을 위협으로 인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대서양과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의 뒷배로 경제·기술·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푸틴 대통령은 5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택하면서 밀월(蜜月) 관계를 과시했다.

스톨텐베르그 전 사무총장은 지난달 6일 중국에 러시아의 불법 전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직격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방위 산업 기반을 향한 무제한 동반자관계와 지원을 통해 전쟁 조력자가 됐다고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어오면서 신냉전 위기가 고조하는 것과 맞물려 나토는 잠재적 갈등이 내재한 태평양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사실상 중국과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협력국 4개국(IP4)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나토는 3년 연속 기구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IP4 정상을 공식 초청했다.

나토는 일본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해 중국 위협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필리핀 등은 중국 팽창에 합동훈련을 하고 무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이를 두고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주창해 온 차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유민주당 총재가 일본 총리직에 오르는 상황과 맞물려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은 고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 내부에서는 헝가리를 중심으로 반(反)중국 블록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토가 이름에 걸맞게 북대서양에 한정한 기구로 남아야 한다며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기구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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