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北 젤렌스키 발언 반발에 이어 국군의날 B-1B 전개에 "상응 행동" 경고...속내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1 16:39

수정 2024.10.01 16:51

김여정, 젤렌스키 '北은 러 공범' 주장에 "엄중경고…어불성설"
北 미 폭격기 B-1B 국군의날 전개에 "상응 행동 취할 것" 위협
사실상 미국을 겨냥, 북한 핵강국 부각... 대등한 핵협상 지위 구축 셈법
국제사회의 제재에 선제적 대응, 국제정치에 영향력 행사 행보 본격화
北 심리·언론전 말려들지 않도록 북한정권,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해야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모습. 이날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9년 4월 회담 이후 4년 5개월 만에 대면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모습. 이날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9년 4월 회담 이후 4년 5개월 만에 대면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무기 거래로 북한과 이란을 전쟁범죄 공범으로 만들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29일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1일 국군의날 행사에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전개에 대해 "미국의 허세성 무력시위 놀음"이라고 비난하며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 미국과 서방 비난 "핵 초대국 러시아 감당할 수 있나" 옹호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발언했다.

그녀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무모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젤렌스키의 논리대로라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가장 많은 무기와 탄약을 들이민 미국과 서방이야말로 마땅히 특등 공범국 지위를 부여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녀는 또 미국이 지난 26일 우크라이나에 79억 달러(약 10조4천6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엄청난 실수이며 어리석은 처사"라며 "미국과 서방이 핵 초대국인 러시아를 앞에 두고 지금처럼 겁기 없이 불 장난질을 해대면서 그로 하여 초래될 수 있는 후과를 과연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라며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옹호했다.

한편 이날 통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가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제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北 국군의날 B-1B 한국 전개... "상응 행동" 경고

1일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미국 폭격기 B-1B 한국 전개가 "조선반도 지역에서 전략적 열세에 빠져든 저들의 군사적 체면을 조금이나마 유지하고 만성적인 핵공포증에 시달리며 밤잠을 설치고 있는 하수인의 허탈감을 달래기 위한 환각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본토 안전에 중대한 우려감을 더해주는 새로운 방식들이 응당 출현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책임한 행위들로 초래되는 임의의 안보 불안정 형세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6월 B-1B 한반도 전개와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부산 입항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 군대는 조선반도 지역에 대한 미 전략 자산들의 빈번한 출몰 상황과 궤적을 주시하고 있으며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국가의 안전 환경을 철저히 수호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김 부상은 6월 루스벨트함 부산 입항 때에도 담화를 내고 "압도적이며 새로운 모든 억제력 시위 가능성을 완전히 열어두고 가장 강력한 수사적 표현으로 엄중히 규탄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北 핵강국 부각... 핵협상 지위 구축, 제재 회피하려는 심리·언론전

국내 손꼽히는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인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김여정과 북한의 언급은 북한과 미국이 동등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결국 대등한 핵협상 지위를 구축하려는 셈법"이라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정권이 자신이 이제 핵무장국이니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협상을 할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지시키는 전법이라고 짚었다.

북한은 남한과 세계를 상대로 언론에 북한이 보도 되면 자동적으로 자신의 상대국인 강대국 미국이 회상되도록 부각시키려는 계산에 의한 유도전법 구사라는 얘기다.

그는 또 북한이 핵강국·핵무장국 지위를 등에 업고 국제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한반도를 넘어서 국제정치의 다양한 사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북한정권의 영구성을 확보하려는 셈법이 녹아있다고 간파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추가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전법도 녹아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모두 규칙기반 질서를 파괴하면서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다. 따라서 러북 전략거래는 그 자체로 불법이며 언제든 추가 제재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신은 공범이 아니고 미국 등 서방사회가 공범이라는 억지 주장을 통해 제재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의 심리전과 언론전에 말려들지 않기위해 북한의 주장이 왜곡된 주장이라는 점을 성명을 통해서 반드시 밝히고 유사입장국과 함께 북한정권의 행보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1일 오전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성남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뉴스1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1일 오전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성남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