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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정치와 '헤어질 결심' 아베 지운 이시바, 한일관계 개선 기대감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1 16:16

수정 2024.10.01 16:22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9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9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특징은 일본 정치계의 오랜 관습인 파벌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최대 파벌 '아베파'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주류였던 '모테기파'도 이시바 시대에선 무대에서 밀려났다. 총리 스스로가 무파벌인데다 기시다 내각이 정치비자금 스캔들로 침몰, 파벌정치가 자민당을 썩게 만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다수의 내각 요직에 무파벌이거나 처음 입각하는 인재를 두루 등용시킨 가운데 한일관계도 미래지향적인 기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베 그림자 싹 지웠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실시되는 지명선거에서 제102대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시바 내각의 특징은 무파벌 인사들이 주류가 됐다는 점이다. 각료 파벌은 이시바 총리를 포함해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무파벌로 구성됐다. 2021년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 무파벌 각료는 단 3명에 불과했었다. 이시바 내각에는 당내 파벌 중에서 유일하게 존속하기로 한 아소파와 해체를 결정한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다. 나머지는 모테기파, 옛 기시다파와 옛 모리야마파가 1명씩이다. 아베파 소속 의원은 없다.

역사 수정주의자로 평가받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이시바 총리는 아베파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다.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게 이시바 총리의 평소 생각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일본 천황도 떳떳하게 참배하지 못하는 곳을 왜 가냐는 게 그의 입장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를 이유로 우리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을 때도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고 그것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하고 있다"는 칼럼을 썼다.

다만 방위상 출신답게 안보 분야 만큼은 양보가 없다. 이시바 총리는 아베 내각 시절인 2017년 인천의 한 포럼에서 "한일은 협력 관계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단 영토 문제나 역사 인식에서 양국 입장이 크게 다르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역사 인식은 비둘기파이면서도 안보에 대해선 매파인 그의 평소 생각이 묻어나는 말로, 새로운 한일관계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전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쿄 나카타초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 중 한일관계, 북일관계, 일본의 정치와 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fnDB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전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쿄 나카타초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 본지와 단독인터뷰 중 한일관계, 북일관계, 일본의 정치와 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fnDB

"일본 지킨다" 방위상 출신 전진 배치

처음 입각하는 인사는 13명이다. 21세기 들어 이후 2019년 아베 신조 내각, 2021년 기시다 내각과 함께 역대 가장 많은 수다.

새 내각은 방위상 출신이 요직에 포진했다.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다. 역시 안보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색채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가 추진할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미국 핵 공유 등을 조율할 현장 지휘관의 역할을 맡게 된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와야 외무상은 2018년 12월 한일 초계기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방위상을 지냈다. 그는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던 2019년 6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한 것이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됐다. 같은 해 9월 방위상 퇴임 전 그는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 2014년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을 지냈다. 그는 아베 전 총리 사학 스캔들과 관련해 제대로 대응하라고 주문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무라카미 총무상은 2022년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 거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아베는 재정, 금융, 외교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국적(나라를 망친 역적)"이라고 비판해 당으로부터 1년 당직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당내 인맥이 빈약하다"며 "자신과 개인적 친교가 있는 의원을 기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동맹 전선에 잡음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케네스 와인스타인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시바는 이단아로 아베·기시다 정권과는 또 다른 의미로 차이가 있는 인물임은 틀림없다"고 논평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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