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와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
[파이낸셜뉴스] 의정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3년간 10조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에 나선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2일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병원들의 신청을 접수, 준비가 된 의료기관부터 시범사업에 착수한다. 다만 의료기관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연말 이후까지 신청기간을 넉넉히 둘 계획이다. 참여 병원에 대한 지원은 내년 1~12월 실적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지급된다.
정부는 중증·응급·희귀질환 치료에 집중해야 할 대형병원이 경증환자 쏠림에 대응하느라 인력·자원을 허비해온 패턴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여러 대형병원이 경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면서 의료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번 시범사업은 대형병원에서 일반 병상의 5~15%를 줄이고, 그 대신 중환자실과 응급 수술 관련 수가를 인상해 중증 진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병상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보전해 주며,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는 병원에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평균 50%인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거나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면 인센티브가 주어지며,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중증 분류 체계도 개선된다. 또한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간 의뢰·회송 수가 체계를 신설해 병원 간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특히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와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을 활용한 팀 진료 체계가 도입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며, 전공의 수를 줄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2027년 12월까지 시행될 예정이며, 3년 동안 약 1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다. 이 금액은 연간 3조 3000억원에 달하며,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개혁을 본격화한다.
하지만 의정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정부는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으나, 의료계는 여전히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공의 단체와의 갈등이 의료개혁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달 말에 의과대학 증원 규모 등 적정 의료인력을 추산하는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연내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9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직종별로 설치해 해당 직종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충분히 참여하고, 수급 추계 시 각 직종의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위원회는 13인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인으로 과반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단체들은 대통령실의 '의사인력 추계기구' 참여 요청에 정부의 사과와 입장변화가 없다면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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