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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피습 사건 후 회고록' 루슈디…노벨문학상 유력후보 질문엔

뉴스1

입력 2024.10.01 16:34

수정 2024.10.01 16:34

작가 살만 루슈디. 그는 지난 2022년 무슬림 극단주의 청년에게 피습을 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문학동네 제공)ⓒRachel Eliza Griffiths
작가 살만 루슈디. 그는 지난 2022년 무슬림 극단주의 청년에게 피습을 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문학동네 제공)ⓒRachel Eliza Griffiths


살만 루슈디의 신간 '나이프'(문학동네 제공)
살만 루슈디의 신간 '나이프'(문학동네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2022년 8월 12일.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7)가 사선(死線)을 넘은 날이다. 그는 이날 아침, 미국 뉴욕주 셔텨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무차별 습격을 당했다.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에 칼이 박혔다. 그자는 그냥 미친 듯이 찔러댔다."

가까스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루슈디가 피습 테러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나이프(Knife)'를 펴냈다.
한국어 번역·출간을 기념해 최근 국내 언론사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나이프'는 사랑의 힘에 관한 책"이라며 "혐오의 대척점에 서서 혐오를 이기는 사랑"이라고 소개했다.

루슈디는 1988년 장편소설 '악마의 시' 출간 이후, 이 소설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려 왔다. 이란 정치·종교 지도자 호메이니는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렸다. 이 같은 테러 위협이 2022년, 30여년 만에 실제로 루슈디를 덮친 것이다.

이번 신간에서 끔찍한 피습의 순간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루슈디는 "모든 글쓰기는 어렵다, 각각의 책이 나름의 방식으로 쓰기 어렵다"고 운을 뗀 뒤, "'나이프'는 처음엔 괴로웠지만 쓸수록 쉬워졌다, 이 책을 씀으로써 나는 이 서사에 대한 소유권을 다시 얻었다고 느낀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하는 가치인지를 묻자, 그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작가답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자유도 함께 죽는다"며 "표현의 자유는 우익과 좌익 양측으로부터 강력히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희수(喜壽)의 작가는 '글쓰기'의 힘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글쓰기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참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가장 중요한 길입니다. 글쓰기는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죠. 시각 미디어는 대체로 덧없고 순간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좋은 책은 오래가도록 만들어집니다."

루슈디는 수년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혀 왔다. 오는 10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둔 상황 속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소감이 어떤지 묻는 말에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나이프'를 읽게 될 국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인생을 사는 것뿐입니다, 혐오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혐오가 승리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에 저의 독자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길, 그리고 독서를 계속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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