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작년 주한미군 범죄 600건 육박... 피해 늘어도 수사·처벌 솜방망이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1 18:20

수정 2024.10.01 18:20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골목에서 만취한 20대 미군 A씨가 세워져 있던 차량을 절도했다. A씨는 경기 오산까지 훔친 차량을 몰고 도주했으나 1시간20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1일에는 경기 동두천에서 또 다른 20대 주한미군 B씨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부터 택시를 타면서 발생한 요금 7만7000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택시 기사를 때리고 달아났다가 뒤늦게 범행이 들통났다. 그러나 두 사건의 주한미군을 우리 경찰이 제대로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없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처벌 미비 지적도 있다.

1일 '2024 법무연감'에 따르면 주한미군 범죄 발생건수는 매년 층가 추세다. 2018년 351건에서 2019년 444건, 2020년 541건, 2021년 457건, 2022년 521건, 2023년 599건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찰 수사의 발목을 잡는 SOFA규정은 여전하다. SOFA는 22조 5항에서 '살인 등 12개 주요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는 경찰 초동수사단계가 아닌 검찰기소 이후에야 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살인과 강간 등 흉악범도 현장체포 때만 구금할 수 있도록 SOFA는 적시해 놓고 있다.

만취 상태로 절도 차량을 몰았던 A씨,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달아난 B씨 모두 미군에 신병이 넘겨져 불구속 수사를 받는 근거가 SOFA의 이 조항이다. 그러나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되면 증가 인멸의 우려가 높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미국 피의자가 자국 정부대표 입회 없이 수사를 받을 경우 그의 진술은 증거능력도 인정받지 못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SOFA가 한차례 개정되고 그간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사법권이나 주권이 많이 확립됐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대상으로 위협이 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가 늦어지거나 증거가 확보 안 되는 건 여전히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신병 확보 문제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추후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처벌이 어렵다. 본지에서 올해 1심 선고가 나온 미군 피의자에 대한 판결문 24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없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음주 측정 거부, 마약류.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연음란,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특수절도, 폭행 1건 등 범죄유형은 다양했지만, 법정에서 절반인 12건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벌금형은 9건, 벌금형 집행유예 1건, 선고유예 2건 등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의 한 교차로에서 이륜자동차를 들이받아 30세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가해 주한미군은 피해자 가족이 선처를 바란다는 이유로 벌금 1200만원의 형에 그쳤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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