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타 대학 휴학 승인 여부에 촉각
[파이낸셜뉴스]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7개월 넘게 수업거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가 처음으로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다른 의대들의 휴학 승인 요청도 이어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정부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서울대 의대의 결정에 정부는 현장감사를 예고하며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일 의료계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 9월 30일 의대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의대생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는 의대 학장인데, 학장이 대학 본부 측과 별도 논의 없이 자체적으로 휴학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한 것은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부당한 행위”라며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대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휴학 승인 권한은 학교에 있지만,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의 휴학 승인 조치 등을 감독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사실상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휴학계를 승인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오는 11월까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2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1년 치 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학기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중 출석한 학생은 2.8%에 그친다.
아울러 서울 의대의 휴학 승인으로 인해 전국 다른 의대에서도 휴학을 승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휴학 승인 권한이 의대 학장이 아닌 총장에게 있는 곳도 많아 서울대처럼 즉각 휴학 승인이 잇따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휴학 승인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휴학 승인은 정당한 조치”라며 다른 대학들의 동참을 독려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휴학이 진작에 승인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이제라도 승인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의 결단을 지지한다"라며 "서울대 의대의 이번 휴학 승인은 '의과대학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의과대학 본연의 책무를' 지키기 위한 매우 정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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