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이상기후에 빨라진 '계절 달력'...유통업계는 벌써 겨울마케팅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3 14:42

수정 2024.10.03 14:42

세븐일레븐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고려해 출시한 겨울 시즌 상품 '시원한동치미'. 코리아세븐 제공
세븐일레븐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고려해 출시한 겨울 시즌 상품 '시원한동치미'. 코리아세븐 제공

[파이낸셜뉴스] 유통업계가 가을을 넘어 벌써부터 '겨울 마케팅'에 돌입했다. 핫팩과 붕어빵, 립케어 제품 등 대표적인 겨울 시즌 상품뿐 아니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인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고려한 이색 상품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일 사이 낮 최고기온이 20도 안팎의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시작되면서 편의점 업계의 겨울 상품 수요가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달 20~26일 핫팩 판매량은 전주(13~19일)와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자체브랜드(PB) 커피 세븐카페 핫(HOT)과 스타킹도 각각 65%, 45%, 늘었고, 립 케어 제품은 30% 증가했다.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라 요동치는 수요를 잡기 위해 편의점 업계의 시즌 상품 출시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편의점 GS25는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6일부터 1000여개 점포에서 즉석어묵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앞당긴 출시다.


CU는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해장국을 비롯한 겨울 먹거리를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 내놨다.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의 '줄 서는 해장국 맛집'으로 알려진 중앙해장과 협업한 양해장국밥, 양선지 해장국의 대표 재료인 우거지와 사골 국물을 넣은 해장라면 등이다. 씨앗호떡과 군고구마, 붕어빵 등 동절기 대표 간식도 판매에 들어갔다.

빨라진 출시 시기에 재미를 더한 상품도 눈길을 끈다.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시원한 동치미' 파우치 음료를 겨울 차별화 상품으로 내놨다. 흔히 반찬으로 먹는 동치미 원액을 파우치 음료 형태로 출시한 것이다. 음료 형태로 마실 수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젊은 층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트렌드에 맞춰 '이냉치냉'으로 즐길 수 있는 음료"라며 "최근 '가잼비'를 추구하는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도 내복과 겨울가전 판매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지난 3일부터 겨울 대표 간식 호빵 판매를 시작했고, 오는 11일부터 핫팩을 판매한다. 지난달부터 판매 중인 전기요와 히터, 가습기 등 겨울가전은 이달 중순부터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내복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약 8000원~1만6000원대 가격에 자체브랜드(PB) '오늘좋은 히트 동내의' 200여 품목이다.

빨라진 겨울 상품 출시는 '이상 기후' 영향이 한몫했다. 늦더위가 9월 말까지 기승을 부리고, 예상하기 어려운 '도깨비 장마' 등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빨라진 '계절 달력'의 효과는 매출로도 이어졌다. CU는 지난해 핫팩 출시 시점을 두 달 가량 앞당겨 9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0만개 더 많은 210만개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계절상품에 대한 경계가 점점 사라지면서 시즌 상품 출시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편의점 채널 특성상 이런 경향은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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