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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동 위기 대비 빈틈 없는 비상시나리오 점검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2 19:18

수정 2024.10.02 20:53

이스라엘-이란 충돌 살얼음판
국내 수출·물가 영향 대비해야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의 쇼레쉬 지역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공습경보가 울리자 도로변에 몸을 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의 쇼레쉬 지역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공습경보가 울리자 도로변에 몸을 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전체가 폭발 직전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지상전을 개시한 데 이어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양국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자국 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없다면 추가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태가 진정될지 주목된다.

그럼에도 중동 전문가들은 중동 전체가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스라엘의 전략 전술적 계산 속에 중동을 화약고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담겨 있어서다. 일단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이 약해져 이스라엘의 독단적 군사력 동원을 말릴 수 없다.
이런 틈을 노려 자국의 안보 위협세력을 궤멸하고 중동 질서를 이스라엘 주도 아래 재편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 예멘의 후티반군에 이어 레바논 헤즈볼라와 연달아 충돌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그다음 포석은 이란의 직접 개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도발에 이란이 직접 대응에 나서는 순간 중동전으로 확전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잇따른 도발에 이란이 얼마나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느냐가 확전 여부의 관건이 됐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정세를 놓고 본다면 제5차 중동전으로 비화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중동 사태는 곧 우리의 위기이기도 하다. 외교안보 관련 직간접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본격화하면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유가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한둘이 아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유 수급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우리나라가 원유를 중동으로부터 70% 수입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나아가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때문에 유가 급등으로 기업의 생산원가에 부담이 커진다. 현재 한국의 수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유가 변수 하나만으로 수출전선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대중동 수출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과의 교역이 악화되는 가운데 수출전선을 다변화하는 마당에 중동 정세 악화는 수출거점 한 곳을 잃는 것과 같다.

한국의 물가 흐름에 미치는 충격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가파른 물가상승은 서민의 생활고를 악화시킨 것뿐만 아니라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다행히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하면서 3년6개월 만에 1%대에 진입한 것이다. 2021년 3월 이후 처음 1%대로 내려옴에 따라 금리인하 여력이 커졌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급변동하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충격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을 각별히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가 중동 사태로 수출전선마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경제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원유 수급을 포함한 원자재 공급망뿐만 아니라 중동전 발발에 대비한 중장기 비상경제 대응 시나리오를 철저히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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