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사장서 트로트 가수로 인생2막 김용규 씨
누명쓰고 3년 옥살이 재심 매달려
무죄판결 받은 사연 알려져 눈길
출소 후 병원·사람 모두 잃고 막막
한 풀듯 노래하고 유튜브에 올려
가수라는 새 길 만나는 계기로
누명쓰고 3년 옥살이 재심 매달려
무죄판결 받은 사연 알려져 눈길
출소 후 병원·사람 모두 잃고 막막
한 풀듯 노래하고 유튜브에 올려
가수라는 새 길 만나는 계기로
징역 3년8개월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전 의료법인 이사장이 끈질긴 재심 끝에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억울하고 분한 옥살이가 부산 지역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모진 수사와 감방살이의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출소 후 '그 세월 탓하지 마라'라는 노래를 부르는 트로트 가수로 데뷔, '수사-재판-수감-출소'에 이르는 고통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용규씨. 올해 70세인 그는 지난 6월 옥살이의 고통과 회한을 절절하게 녹여낸 데뷔곡 '그 세월 탓하지 마라'를 발표한 데 이어 2일 두 번째 신곡 '사랑아 사랑아'를 발표했다. 대한가수협회 회원에 이름을 올린 그는 최근 소위 '뜨는 가수'로 명성을 알려 가고 있다. 데뷔곡 탄생의 배경을 아는 여러 곳에서 출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가요 전문채널 Inet 방송 출연을 앞두고 있고, 오는 31일 부산 기장군 차성아트홀에서 열리는 효사랑 한마당을 비롯해 부산 지역 여러 가을축제의 초청가수로 부름을 받고 있다. KBS 가요무대를 비롯해 전국 유명 축제, 방송 출연도 섭외 중이다.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씨는 당초 병원 2개를 운영하던 의료법인 이사장이었다. 그런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 의료법 위반이라는 죄를 뒤집어쓰면서였다.
검찰은 2017년 김씨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속여 의료급여를 가로챘다며 기소했다. 김씨는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법인이 병원을 개설·운영했으며, 요양급여 편취도 당연히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물론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과 재판부는 병원 관계자의 거짓 진술을 받아들였고, 그는 결국 징역형을 확정받아 만기출소 때까지 3년8개월의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다.
"2014년 1월에 병원을 개원했는데, 개원 5개월 만에 부산 북부경찰서에서 압수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무려 8명의 수사관이 들이닥쳤습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에 떳떳하게 압수수색에 임했습니다. 경찰이 무려 10개월 동안 압수물을 분석하고 불법행위 여부를 수사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습니다. 담당 수사관이 조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며 병원 운영 잘하시라는 인사까지 건네고 갔습니다. 그걸로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그러나 끝난 줄 알았던 수사는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시작됐다. 10개월 수사 끝에, 문제가 없다고 종결한 수사를 재개한 것이다.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왔습니다. 이때는 제 가족과 친척의 통장까지 압수하는 등 그 강도가 더 심했습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에 압수수색에 당당하게 임했습니다. 그렇게 뒤졌는데도 횡령이나 불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동일한 수사를 반복하고 덜컥 경찰서 유치장에 집어넣기까지 했습니다. 뒤에 알고 보니 청탁수사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저는 말도 못하게 하고 고함을 지르며 윽박질렀습니다. '김용규씨는 죄가 되든 안 되든 간에 법원에 기소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습니다."
무죄를 자신했던 김씨는 그러나 2017년 6월 1심 재판을 받고 덜컥 법정구속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억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형기를 채우고 만기 출소해야만 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만기출소한 이후에야 그의 무죄가 밝혀졌다. 수사와 재판 당시 김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병원 관계자 1명이 김씨에게 앙심을 품고 위증을 한 혐의(모해위증)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항고 사건을 담당했던 부산고검 최인호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4기·현 법무법인 YK 대표 변호사)가 항고 이유서와 사건기록을 면밀하게 재검토하며 피고소인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피고소인 진술에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이를 통해 병원 관계자들의 모해위증 사실을 밝혀내면서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것이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최 검사님은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경남의 한 사찰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등산객의 신고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던 그는 이제 어엿한 가수가 됐다. 2014년부터 무려 10여년간 모진 수사와 6차례의 재판, 억울한 옥살이의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함이자, 가수로의 인생전환이다.
"3년 넘게 감방생활을 하다가 출소하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병원은 날아갔고,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었습니다. 오라는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었습니다."
집 앞에 허름한 공원이 있었다. 그는 집 앞 조그만 공원에 앉아 옛날 생각을 회상하기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괴로운 심정을 곱씹고 달랬다. 노래를 부르고 유튜브에 노래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곡을 하나 내고 싶다는 작은 꿈을 가졌다.
그 꿈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됐다. 알음알음 테너 류무룡씨를 알게 됐고, 만나서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노래방에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노래 연습을 하던 중 자신의 기막힌 사연을 들은 류씨로부터 '그 세월 탓하지 마라'라는 노래를 받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노래로 가수라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김씨는 "분하고 억울해서 약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웠고, 교도소에서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너무나 원망스럽지만 노래 제목처럼 그 세월 탓한들 무엇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굴곡진 삶의 끝에서 트로트 가수가 된 그는 자신의 회한과 감정을 녹여낸 데뷔곡 '그 세월 탓하지 마라'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신곡 '사랑아 사랑아'를 발표하며 가슴을 짓눌렀던 억울함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자신의 뮤직비디오에는 그의 고향인 경남 합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았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김용규tv'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씨는 "유튜브 '김용규 TV'에 대한 구독과 좋아요로 많은 성원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는 경찰이나 검찰의 청탁 수사나 편파 수사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우리 사회에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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