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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녹색금융 ‘제자리걸음’...한은 “STO 활용 검토해야”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3 12:00

수정 2024.10.03 12:00

고비용 녹색채권, 대기업 전유물 中企 장벽 낮추기 위해 STO 도입 블록체인 플랫폼 통해 접근성 개선 “공공부문 등 협업해 시범 발행해야”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녹색채권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녹색채권의 복잡한 발행 절차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을 통해 간소화할 경우 접근성이 낮았던 중소·중견기업에도 친환경 자금 조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토큰증권을 통한 녹색채권 발행 사례 및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녹색채권 발행 잔액은 25조6000억원으로 전체 ESG채권의 10.4% 수준에 그쳤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최대 2600조원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더디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다. 일반채권에 비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환경목표 △친환경 프로젝트의 적합성 △조달자금의 배분 및 환경영향에 대한 외부평가 등 발행 및 사후관리 절차가 복잡해 물적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행시장이 형성된 상태다.

한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토큰증권 도입을 제안했다.
토큰증권을 통해 녹색채권을 발행할 경우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소액 및 해외 투자자 등의 접근성이 높아져 중소·중견기업에도 친환경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통해 녹색채권의 발행 및 사후보고 절차를 자동화해 관련 행정비용과 시간도 절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연계할 경우 녹색채권 자금 사용처의 환경정보를 실시간 입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경우 블록체인에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돼 발행자의 정보수집 부담을 경감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과 IoT 기술을 연계해 낮은 비용으로 각종 환경정보를 기초로 한 녹색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토큰형 녹색채권을 활용한 해외 사례로는 홍콩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홍콩 정부는 홍콩통화청(HKMA)과 협업해 2023년과 2024년, 2차례에 걸쳐 총 68억 홍콩달러 상당의 녹색국채를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했다. 일본도 각각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토큰형 녹색채권을 발행해 친환경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정부가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이 입법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대부분의 증권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 다만 투자계약 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목적인 만큼 주식, 채권 등 정형적 증권을 토큰화해 기존 전자증권과 차별되는 효과를 얻기에는 제약이 있다.


배정민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초기 투자비용과 규제 불확실성 등으로 관련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이나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토큰형 녹색채권을 시범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토큰증권 관련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는 한편, 제도 허용 시 기술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관련 기술실험을 충분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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