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그냥 쉰 청년' 늘어나는 이유?…"일자리 '질' 낮아지고 있어"

뉴시스

입력 2024.10.03 14:00

수정 2024.10.03 14:07

고용정보원, 청년층 고용의 질 변화 분석 보고서 발간
2018년부터 고용보험 취득자 수 늘어…질은 계속 하락
여성과 1990년대 후반생일수록 고용의 질 낮게 나타나
청년층, 이직 잦지만…더 나은 일자리 이동은 줄어들어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6월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을 찾은 청년들 모습. 2024.06.2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6월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을 찾은 청년들 모습. 2024.06.2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구직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대기업은 고용의 질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소규모 사업체는 질이 낮아지면서 청년층 내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고용정보원(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용정보원은 고용보험 등 2023년 고용행정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청년층(19세~34세) 고용의 질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발간했다.

최근 들어 각종 통계에서 고용률은 역대 최대,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고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20대와 30대 청년층 중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올해 8월 74만7000명을 기록했다.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3년 이상 취업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청년들도 올해 5월 기준 8만2000명에 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청년층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고,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자리 질적 변화를 보기 위해 기획됐다. 고용의 질 분석에는 ▲고용 안정성 ▲근로시간 ▲임금 ▲실직 위험성 등 총 4개 지표가 사용됐다.


분석 대상은 2019년 기준 청년층에 속했던 1985년생부터 2000년생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노동시장에 진입한 것은 1985년생으로 2000년부터 노동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1990년대생 대부분이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분석 대상 중 가장 어린 2000년생이 19세가 된 시점인 2019년 이후에는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누적 547만3000명이었고, 2022년에는 약 771만3000명이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고용보험 취득자 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고용의 질 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는 청년층 취업자 수 증가를 청년층 고용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노동시장 내 양적인 취업 증가가 고용의 질적인 부분을 보장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령대별로 고용의 질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는데, 1980년대생은 전반적으로 출생연도가 늦은 편일 때 고용의 질이 높았으나 1990년대생 집단은 출생연도가 늦을수록 고용의 질이 낮았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의 고용의 질이 더 낮았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에 취업한 청년층의 고용의 질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반면 10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는 꾸준히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정반대 양상을 그리는 것은 청년층 근로자 내에서 질적 고용 수준이 점차 벌어질 수 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며 "특히 절반 이상의 청년층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어, 소규모 사업체의 고용의 질 하락 양상이 계속되면 청년층 고용에서 질적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별로 숙박 및 음식점업과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같은 소규모 사업체 혹은 영세 자영업사업장이 많은 산업인 경우가 고용의 질이 낮았다.

직종별로는 정비직 및 생산직 관련 직종에서는 고용의 질이 높았으나, 대면 서비스직 관련 직종에서는 고용의 질이 낮았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는 청년층의 이직이 잦고 근속연수가 낮다는 점을 착안해 이직이 고용의 질을 높이는지 여부도 다뤄졌다.

일자리 이동 시 고용의 질이 소폭 떨어지지만 평균적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집단은 84.2%였다. 이와 달리 첫 번째 일자리에서 두 번째 일자리를 이동할 때 고용의 질이 떨어졌지만 세 번째 일자리에서 다시 상승한 집단은 15.8%였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이 낮았는데, 이들 중 여성, 1990년대 중후반 출생자, 질적 고용 수준이 낮은 산업 혹은 직종인 일자리가 많았다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청년층의 고용유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짧은 편인데, 이처럼 고용의 질이 낮은 청년층 집단일 때 그 기간이 더 짧다면 이를 긍정적 신호로 바라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층 노동시장 상황을 단순히 취업자 수와 같은 양적 지표를 통해 평가하기는 어렵고, 특히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일자리가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 만큼, 이러한 부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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