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원료의약품 70% 의존하고 있어
필수약 품절대란 막고 '제약주권' 확보해야
필수약 품절대란 막고 '제약주권' 확보해야
[파이낸셜뉴스] 원료의약품(API) 공급 중단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산화를 위한 지원과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 이후 지난 7월까지 105개의 의약품이 원료의약품의 수급 문제로 생산 및 수입,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들어 점차 잦아지고 있는데 연도별로 보면 2019년에는 6개, 2021년 17개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19개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7월까지 의약품의 생산과 수입, 공급에 차질을 빚은 의약품이 10개에 달해 연말이 되면 올해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생산·수입·공급 중단이 보고된 의약품에는 정신분열병이나 패혈증, 파킨슨병, 기도폐쇄성 장애, 마취시 근이완, 심근경색, 조증우울증에 효능이 있는 의약품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원료의약품은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재료로써 중증질환은 물론 감기약도 원료의약품이 있어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2023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 원료의약품의 국내자급도는 2020년 36.5% 에서 2022년 11.9%로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집중도도 매우 높다. 중국과 인도 2개 국가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수입액의 비중은 2021년 46.2%에서 지난해 50.2%로 높아졌다.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성 논리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채산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료의약품을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한국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도 원료의약품의 4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에 인도가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성분의 의약품 수출을 금지하지 유럽에서도 감기약 공급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성 논리에 제약주권이 위협을 받으면서 각국은 원료의약품 국산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막상 필요할 때 항바이러스제나 항생, 해열제 등 필수적인 의약품을 조달할 수 없다면 큰 혼란을 빚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에 '혁신형 신약·개량신약의 원료 개발 및 제조기술' 추가를 결정하고 관련된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원료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자급화는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원료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감기약만 품절되도 국민들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공정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해 인프라를 강화하고 원료의약품 시장 자체를 장기적으로 키워가야 한다"며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중국, 인도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국가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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