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밀물처럼 들어왔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가 문제다.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급격히 출렁거리는 게 대표적이다.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세계 금융시장 곳곳에 스며든 와타나베 부인 자금이 올해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친 일본의 기준금리 상향 후 귀가를 재촉하고 있다. 7월 31일 기준금리가 0.15%p 인상된 이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시기 코스피지수는 2700대에서 2500대로 밀려났다. 이미 금융시장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권에 들어섰다. 더구나 통화긴축을 내세웠던 이시바 시게루의 일본 내각이 출범했다. 최근 일본은행 총재 면담 후 금리인상을 유보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미칠 충격파는 물론 미국과 보폭을 고려한 속도조절로 보인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점진적 금리인상을 주장해온 기존 매파적 성향을 감안하면 시기의 문제이지 방향은 정해져 있다. 그동안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았던 디플레이션이 해소되는 등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기저에 깔려 있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목표치 2%를 넘어섰다. 1982년 이후 최대치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가 줄고 있는 것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은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1월 5.6%p(일본 -0.1%, 미국 5.5%)까지 벌어졌던 미일 금리격차는 현재 4.75%p(일본 0.25%, 미국 5.0%)로 줄었다. 양국 금리 방향의 디커플링 추세가 짙어지면 격차가 더 축소돼 '엔화강세'가 굳어진다. 이는 엔화와 연계된 자금의 이탈을 가속화해 금융시장을 격랑에 빠뜨릴 수 있다. 금리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자금이동에 속도를 붙이는 셈이다.
당장 엔캐리 청산 수위가 우려보다 약해도 여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신발끈도 다시 바짝 조여 매야 한다.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강달러에서 약달러로, 엔저에서 엔고 등으로 전환되는 시기마다 돈의 물줄기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부인이 안심 귀갓길에 올라도 우리에겐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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