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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국토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6 19:32

수정 2024.10.06 19:32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
주민등록인구 기준 수도권 인구의 비중이 2023년 50.7%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이며 최근 추세로 볼 때도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단순히 수도권 인구 비중이 늘어났다는 데 있지 않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수도권 순유입 인구(약 30만5000명) 중 78%(약 24만명)가 청년층 인구로 집계되는데, 이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청년 인구의 유출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수도권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이 가속화된 2015년 이후 수도권에서는 주거비용과 교통혼잡비용이 급증하면서 합계출산율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수도권은 과도한 집적에 따른 불경제가 커지고 있고, 비수도권은 청년인구 유출에 따른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어떤 대안이 우리 국토 공간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해 지방에서도 수도권에 버금가는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은 거점도시를 육성하고 거점도시 간 긴밀한 연계를 통해 상호 보완하는 초광역 경제·생활권을 구성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유학했던 영국은 잘 알려진 광역 맨체스터 연합기구와 같이 다수의 행정구역이 함께 광역권을 구성하고 상호 밀접한 연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메가시티를 통해 수도권(런던권)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실제 인구, 일자리, 경제규모 등 많은 지표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수도권에 초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고민돼야 한다. 우선 일자리(기업)와 청년이 모일 수 있는 거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방에도 판교와 같이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좋은 정주여건이 갖춰질 수 있는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5대 광역시에 도심융합특구를 추진 중이다. 15개 첨단산업 특화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지방에 새로운 성장거점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마련되고 문화, 교육, 의료, 여가 등 정주여건이 갖춰진다면 청년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향할 이유가 없다.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서는 초광역권 내 연결망 확충과 기능적 연계가 중요하다. 국토부에서는 지방 광역철도 선도사업을 비롯해 권역별 메가시티 중심에서 주변 거점으로 직결되는 방사축 도로와 순환 도로망 등 연결망 확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와 한국지역개발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점도시 중심의 투자를 통해 지방에도 인구가 유입되거나 인구유출을 줄일 수 있음이 예측됐다. 메가시티 내 주요 거점과 주변 지역이 연계돼 하나의 생활권을 구성하는 이른바 기능적 도시권이 잘 형성된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대도시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국토부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을 수정하기 위한 작업을 금년 하반기부터 진행하고 있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이 작성된 2019년 당시와 비교해서 현재 대한민국 국토 공간의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2021년부터 총인구 감소가 시작됐으며, 합계출산율은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획기적인 국토공간 전략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하버드대학교의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라는 공간을 통한 사람들의 교류,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인류를 발전으로 이끌었음을 설명한 바 있다. 우리 각 지역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동일할 것이다.
주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집적이 이뤄지고, 여러 규모의 거점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압축과 연계 전략을 통해 새롭게 '도시의 승리'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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