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시설 관리와 안전 수칙 무시로 7명 사망, 12명 부상... 책임자 4명 구속영장
【파이낸셜뉴스 부천=노진균 기자】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사건의 원인이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인 것으로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부실한 시설 관리와 기본적인 안전 수칙 무시가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해당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호텔 코보스 810호 객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으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직후 8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으며,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4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 결과 화재의 발화원은 810호 에어컨 실내기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정 결과를 통해 에어컨 실내·외기 연결전선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을 착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발생의 주요 원인은 2018년 5월 에어컨 교체 과정에서 이뤄진 부실한 전선 시공이었다. 당시 호텔 소유주는 공사의 난이도와 영업 지장을 우려해 전체 배선 교체 대신 14년된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에어컨 설치업자는 기존 전선에 새 전선을 연결하면서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만 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객실 문의 도어클로져 미설치 △비상구 방화문 개방 △화재경보기 작동 차단 △간이완강기 미비치 △소방안전교육 미비 등이 지목됐다. 특히 도어클로져가 없어 열린 객실 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급속히 확산됐고, 비상구 방화문이 열려 있어 화재가 상층으로 빠르게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호텔 매니저가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화재경보기 작동을 2분 24초 동안 정지시키면서 투숙객들의 대피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다수의 객실에 간이완강기가 비치되지 않았거나 관리가 부실했으며, 종업원들에 대한 소방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부적합한 전기배선 시공 및 방치, 소방시설과 피난기구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교육 미흡에 따른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807호 투숙객 2명의 추락사와 관련해 소방 당국의 구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그러나 급박한 현장 상황과 열악한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소방 당국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된 소방 구조장비의 운용상 개선점과 호텔 객실의 도어클로져 의무적 설치 필요성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