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까지 국립정동극장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완성시키는 연극 '더 드레서(The Dresser)'가 8일부터 내달 3일까지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정동극장의 2024 기획공연인 '더 드레서'는 지난 2020년 초연된 이후 2021년 재연을 거쳐 세번째로 관객들과 만난다. 국립정동극장이 '은세계'(2008)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화 '피아니스트', '잠수종과 나비',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로날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하우드가 영국의 배우 겸 극단주였던 도날드 울핏의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5년간 의상 담당자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모티프로 한다.
드레서의 사전적 의미는 '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작품 속 드레서 '노먼'은 단순히 의상 전담에 그치지 않고 늘 그림자처럼 '선생님(Sir)'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지며 헌신을 자처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선생님'은 관객과의 약속을 위해 폭격 속에서도 227번째 리어왕을 수행하는 의무감 넘치는 배우지만, 무대 뒤에선 안하무인으로 생떼를 부리는 노인이다. 극중극 무대로 선보이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통해 후회로 점철된 인물 '리어'와 흐릿해지는 기억 앞에서 후회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선생님'이 비슷한 감정선을 그리며 작품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장유정이 각색·연출을 맡은 2024 '더 드레서'는 초·재연을 함께했던 캐스팅으로 돌아와 더욱 완벽해진 무대를 예고한다. 9세 아역배우로 시작해 59년의 연기 인생을 품은 배우 송승환이 '선생님' 역을 원캐스트로 맡는다. '노먼' 역에는 오만석과 김다현이, '사모님' 역에는 양소민이 출연한다. 이외에 송영재, 유병훈, 이주원, 임영우 등이 함께 한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더 드레서'는 선명하길 바라는 사회에서 단순하고 명료하게만 답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와 삶의 복잡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인생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노배우의 심연을 통해 이 계절을, 올해를, 그리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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