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증시가 올해 세계 꼴찌 성적표를 받아들 위기에 처했다.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꼴찌를 다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 의존이 심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올해 각각 2.29%, 10.26% 하락했다. 지난해 2655.28로 장을 마친 코스피지수는 이달 8일 2594.36으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866.57에서 778.24로 떨어졌다.
전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성적표는 더욱 처참해진다. 글로벌 금융데이터기업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평균 수익률은 16.6%로, 한국 증시와 차이가 크다. 대표적으로 올해 미국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19.42%, 19.40% 상승했다.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대만 가권지수는 26.61%%,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27% 상승했다. 올해 하락세를 보이는 브라질 보베스파지수(-1.62%)가 코스피보다 성적이 낫다. 코스닥지수의 성적표는 전쟁 중인 러시아의 모엑스지수(-10.26%)와 비슷하다.
실적 전망이 나쁜 것도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코스피 연간 순이익은 106조원, 올해는 188조원 예상, 내년은 233조원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가정을 해도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증권가에선 수급이 꼬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피는 올해 6월 일 평균 거래대금이 12조9650억원까지 오르며 13조원에 육박했지만, 이달 10조원선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은 더 심하다. 올해 3월 일 평균 거래대금이 11조1924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우하향을 그리다가 이달에는 5조7645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국내 증시에 수급이 막힌 이유로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의 투자 매력도 올라간 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조준기 연구원은 "국내 증시보다 단기적으로 중국과 일본 증시를 사야 할 이유가 생겨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책 모멘텀이 강하게 붙어버린 중국을 강하게(Long)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엔화 약세는 닛케이 강세의 조합으로 연결됐다"라고 설명했다.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해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들의 매매비중은 개인(39.5%)과 외국인(34.3%)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기금과 투자신탁회사는 각각 15.5%, 3.5%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에선 개인(78.6%)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진우 연구원은 "연기금과 투신의 비중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어졌다"라며 "거래대금의 추세적 감소에 외국인과 개인만 남게 되면서, 외국인 이탈 시 수급 공백의 효과가 더 파괴적으로 나타난다"라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김영일 연구원은 "엔화 강세로 시작된 엔 캐리 청산,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업황 우려, 미국 경기침체 공포심리가 가세하면서 지수가 레벨 다운했다"며 "한국은 미국, 중국 경기 불안에 따른 수출주 약세와 달러·원 환율 급락에 따른 외국인 차익 매물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증시 중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정리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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