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늘고 주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제는 세 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2000년 정보통신혁명 거품의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대봉쇄'가 그들이다. 위기 때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했고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 공급을 대폭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가 '마셜 케이'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광의통화(M2)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을 마셜케이라 한다. 위기가 오면 예외 없이 마셜케이가 증가했다. 특히 대봉쇄 때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마셜케이가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들 수 있다. 1999년 말에 0.69였던 마셜케이가 2020년 2·4분기에는 0.89로 2분기 만에 28.8%나 증가했다.
마셜케이 증가에 따라 미국의 채권과 주식 가격이 급등했다. 자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소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2.2%에서 2021년에는 6.1%로 급격하게 올랐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에 따른 경기회복은 동시에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2020년 1.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에는 8.0%로 1981년(10.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과감히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 공급을 줄였다. 마셜케이가 2020년 2·4분기 0.89에서 올해 2·4분기에는 0.72로 18.5% 낮아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낮아지고 있으나, 소비 중심으로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연준이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한 이유는 다가올 경기침체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연준의 점도표에 중립금리가 2.9%로 나타나 있는 것처럼, 2026년까지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4·4분기부터는 다시 마셜케이가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다.1990년 이후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마셜케이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의 상관계수가 -0.72였고, S&P500과의 상관계수는 0.86이었다. 마셜케이가 증가하면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주가지수는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 9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2010년 1.78이었던 마셜케이가 2023년 2.32로 증가했다. 2000~2023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중국의 마셜케이가 1% 증가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1.4% 상승했다.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발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4일 만에 21.4%나 급등했지만, 증가하는 마셜케이를 보면 더 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마셜케이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 단계씩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 0.86(1996년)이었던 마셜케이가 2022년에는 1.64로 증가했다. 그 이후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올해 2·4분기에는 1.58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은행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 동참할 전망이다. 2000~2023년 통계로 회귀분석해보면 마셜케이가 1% 증가할 때 코스피(KOSPI)는 2.6% 상승했다. 이를 고려하면 코스피는 10% 이상 저평가 상태에 있다.
앞으로 2년 정도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 시대일 것이다. 금융자산 가운데 채권과 주식 비중을 늘려도 될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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