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배민 중개수수료 조정 갈등
땜질처방 말고 근본 구조 개선해야
땜질처방 말고 근본 구조 개선해야
소상공인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수수료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자'며 뒤늦게 본격적인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수수료율이 외국에 비해 높은 게 아니라고 버티던 배달 플랫폼 업체도 '수수료율 차등'과 같은 절충안을 내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려 여러 차례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난항이다. 이런 상생협의체의 여섯번째 회의가 8일 열렸는데, 배민 등이 '차등 수수료율'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입점업체는 "최고 수수료율(9.8%)부터 5%대로 낮추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별 성과 없이 회의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율 차등은 매출액이 적은 영세상인에 대해 최저 2%대로 낮추고 매출에 따라 최대 9.8%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다. 입점업체는 배달비 등을 합하면 실질적 부담이 주는 게 아니라고 한다.
배민은 국내 배달앱 시장의 59%를 점유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독과점 사업자다. 쿠팡이츠가 점유율 23%, 요기요가 15%다. 땡겨요는 2%도 안 된다. 배민은 사업 초기 월 정액제(8만8000원)로 시장을 키웠다. 이후 배달 1건당 1000원의 수수료(2021년)를 받다가 음식 값의 6.8%를 수수료로 받는 정률제로 정책을 바꿔버렸다. 급기야 지난 7월 수수료율을 9.8%로 크게 올렸다. 배민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4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율은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다. 그러나 시장은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갑을 관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봐야 한다. 입점 상공인들은 불리한 계약조건, 불공정 약관이 있어도 주문이 배달앱을 통해 들어오니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내며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
독과점사업자의 가격결정권 횡포에 대한 공정한 감독은 국가의 책임이다. 배달 플랫폼의 높은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등은 결국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 정부 예산에서 배달비 일부를 지원해도 그 또한 국민세금이다. 땜질 처방, 탁상머리 대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불공정 거래를 없애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늑장대응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6일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상생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수수료 체계의 합리적 개선은 물론 수수료율 상한 제한과 같은 룰을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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