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독자 노선을 강화하면서 향후 정국 변수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대오를 강조하던 기존의 당정관계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주도의 김여사 특검법이 다시금 발의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의 재표결에서 지금과는 다른 그림이 연출될 가능성도 점쳐친다.
한 대표는 9일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한계 의원들이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보도가 나왔다'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김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종 의혹에 특검법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늘릴 수록 당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당내에서는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한 대표가 자칫 당정관계에 갈등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데는 더 이상 대통령실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한 한 대표와 대통령실은 특검법, 의정갈등 해법 등을 놓고 마찰을 일으켰지만 결국 한 대표의 뜻대로 성사된 일은 거의 없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취임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내 세력화를 통해 존재감을 굳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순방 출국 행사에 불참하는 것을 시작으로,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을 가진데 이어 국정감사 시작일에는 원외 인사들까지 접촉하면서 세(勢) 규합에 집중했다. 특히 한 대표는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김 여사 이슈에 대해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며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당정관계 주도권에 자신감을 갖게 만든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야당 주도의 특검법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4일 재표결된 특검법에서 여당 반대표는 104표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이 총 108명임을 감안하면 기권과 무효표 등으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셈이다.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추진했음에도 당내에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 존재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검법이 끝내 재표결 문턱에서 좌절됐지만 야당은 다시금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따라서 향후 윤 대통령이 새롭게 발의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재표결이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지금보다 4표만 더 이탈하면 해당 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의중에 따라 4표의 이탈표를 더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명태균씨에 대한 한 대표의 평가도 독자 노선 굳히기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는 전날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명씨 논란과 관련해 "이런 구태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출발"이라며 "정치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명 모씨와 관련한 일들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썼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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