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한의원, 개업까지 거친 후 택한 ‘요양병원’
요양병원은 정서적 지지 오가는 곳, 사람 대 사람으로 환자 대할 것
[파이낸셜뉴스] 하남샬롬요양병원의 한의사 이상섭 씨는 침질과 뜸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고령의 환자가 많은 진료과 특성상 정서적 지지가 우선이라는 것. 의료진이 가볍게 던진 질문에도 환자는 가장 빛나는 시절을 회고하고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기도 한다. 그가 요양병원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장기 입원 환자, 고령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앞으로도 환자와 정서적 교류를 이어가며 소통하는 한의사가 되겠다는 이상섭 씨는 오늘도 요양병원으로 출근한다.
요양병원은 정서적 지지 오가는 곳, 사람 대 사람으로 환자 대할 것
<편집자 주> 파이낸셜뉴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시리즈 [루틴]은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N년차 신입 사원&경력 사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직 종사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모먼트는 물론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열정으로 만들어 온 스펙과 사소한 팁까지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루틴]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하 인터뷰어는 ‘김’ 인터뷰이는 ‘섭’으로 표시합니다.
[Interview Chapter 1: 하남샬롬요양병원 이상섭 원장]
김: 안녕하세요. 상섭 님.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계시죠. 요양병원에는 주로 어떤 환자들이 입원하나요?
섭: 안녕하세요. 요양병원에는 주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입원하십니다. 60대도 아주 젊은 축에 속할 정도로요. 주로 암이나 치매, 뇌혈관 질환과 같이 꾸준하게 관리가 필요한 분이 많이 계시고요.
김: 일과가 궁금한데요.
섭: 요양병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하는 일이 바로 회진입니다. 출근 후 환자의 특이 사항을 확인하며 회진을 준비 합니다. 회진하며 침 치료를 주로 하고요. 회진을 마치면 차팅(charting)을 하고 외래 환자를 기다리죠.
김: 한방병원이나 한의원도 있었을 텐데 요양병원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섭: 한방병원과 요양병원, 한의원, 개업까지 두루 경험했는데요.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은 요양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양병원은 다른 의료기관과 다르게 환자와의 정서적 교류가 중요한데요. 제가 환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김: 정서적 지지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환자와 나눈 대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섭: 한 할아버님이 계셨는데 평소와 다르게 말씀을 많이 하신 날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전쟁에 참여하셨던 기억이 떠오르셨나 봐요.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살아남았던 일, 눈앞에서 전우가 세상을 떠난 일까지 무섭고도 서글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말씀하시던 할아버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요. 듣는 내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신 것도 감사했고요.
김: 환자와 유대감이 많이 쌓일 것 같네요. 정서적 지지도 그렇지만 한의학 치료로도 도움을 주고 계실 텐데요. 가장 자신 있는 치료 분야는 무엇인가요?
섭: 통증 진료를 주로 하는 편인데요. 침 치료 반응이 좋습니다. ‘다리가 무겁다' ‘허리가 아프다'라고 했던 분들이 진료실을 나가시며 ‘다리가 한결 가볍다' ‘허리가 펴진다' 하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죠.
김: 치료에 즉각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게 한방 진료의 장점인가요?
섭: 네 그렇습니다.
김: 이야기를 쭉 하다 보니, 직업적 만족도가 정말 높으신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한의사로서의 삶, 행복하신가요?
섭: 그럼요. 한의사 좋습니다(웃음).
[Interview Chapter 2: 한 발 한 발 꿈에 다가가다]
김: 처음부터 한의사가 꿈이었나요?
섭: 아닙니다. 경찰관, 의사, 변호사, 연구원까지 꿈이 자주 바뀌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 장래 희망을 적어내라는 당시 꿈이었던 한의사를 적었어요.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한의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김: 한의사가 되면 주로 연세가 많은 분을 상대하게 된다는 점, 알고 계셨을까요?
섭: 몰랐습니다. 한자도 잘 못했고요. 어떻게 보면 준비 없이 한의대를 갔던 것 같아요. ‘미국에 갔더니 영어를 잘하게 됐다'라는 말 처럼 저도 한의대를 가면 한자를 잘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한자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김: 수능은요? 고득점자이실 것 같은데.
섭: ‘한 손으로 틀린 문제 다 셀 수 있어요'라는 답변을 기대하실 것 같은데요. 저는 많이 틀렸습니다. 변명을 붙이자면 당시 수능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많이 틀렸는데도 상위 1% 안쪽은 할 수 있었고요.
김: 한의사에도 전공의와 전문의 과정이 있죠?
섭: 네. 한방내과, 침구과, 사상의학과, 한방재활의학과, 한방소아과 등 다양한 전공이 있습니다.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을 거쳐야 하고요. 다만 한의학과는 전문의라고 해도 전문 과목 외에 다양한 과목을 진료합니다.
김: 듣고 보니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 갈 때 진료 과목을 찾아보고 가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 한의사를 채용할 때도 전문과목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겠네요. 실제 면접에서는 주로 어떤 질문이 오가나요?
섭: 한의사라면 기본적인 실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문 지식을 물어보진 않고요. 어느 병원이든 그곳만의 색과 분위기가 있다 보니 그 색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면접도 지인과 대화하듯 편안하게 이루어진 곳이 많았어요.
김: 지금 일하고 계시는 요양병원 면접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은 없었나요?
섭: 음… 네 없었습니다. 하하하.
[Interview Chapter 3: What’s Your Routine?]
김: 상섭 님. 지금까지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면접을 보셨는데요. 면접을 준비하는 특별한 루틴이 있나요?
섭: 저는 책을 보는 편입니다. 워낙 책을 좋아해서 책을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고나 할까요.
김: 사실 미리 들었습니다. 일 년에 책을 천 권 정도 읽으셨다는 이야기도요.
섭: 그랬던 적도 있었죠. 하하하. 도서관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다독왕을 뽑을 때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다독왕이 되어서 전보다 책도 많이 빌릴 수 있었답니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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