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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국채 투자 약속한 셈"… 조달비용 줄어 재정운용 '숨통'[WGBI 네번째 도전만에 편입]

이보미 기자,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9 19:11

수정 2024.10.09 21:26

선진지위로 높아진 한국 국채
외국인 韓국고채 투자 늘면서
최대 90조 투자자금 유입 전망
금리인하·외환 안정 효과 기대
"韓국채 투자 약속한 셈"… 조달비용 줄어 재정운용 '숨통'[WGBI 네번째 도전만에 편입]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다는 것은 한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와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선진국 국채 클럽' 편입으로 향후 최소 75조원 이상의 해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외환시장 수급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채 발행 여력이 늘고 조달비용이 감소하는 측면에서 재정정책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선진 국채클럽' 위상

8일(현지시간) 한국 국채의 3대 글로벌채권지수인 WGBI 편입으로, WGBI 추종자금 2조5000만달러 중 약 560억달러(9일 기준 약 75조2000억원) 규모의 국채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잔액,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롭다.
지수의 편입액만큼 우리나라 국채에 무조건 투자하겠다는 '약속'과도 같아 한국 경제와 국채 시장에 대한 신뢰와 확실성이 없으면 편입을 결정할 수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WGBI는 국채시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 클럽"이라며 "여기에 한국이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우리 시장이나 우리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WGBI 편입으로 외국인 국고채 투자가 증가하면서 우리 정부·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되고, 외환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국채는 시장 규모 면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의 위상 탓에 원화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 즉 저평가가 발생해 국채 금리가 비교적 높았다. 다시 말해 국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더 싸게 팔린 것이다.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은 선진국 국채만큼 투자가치가 생긴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 국채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금리인하·환율안정 효과 기대

이는 금리인하와 외환시장의 유동성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WGBI 편입으로 500억~600억달러의 국채 자금 유입 시 0.2~0.6%의 금리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리인하 효과가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예상보다 빠른 편입으로 금리에 우호적인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편입 예상이 컸다. 따라서 이번 편입은 서프라이즈"라며 "이번 편입에 대한 금융시장 전반의 기대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시중금리의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율안정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늘면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중장기 재정 운용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WGBI 추종자금은 단기적인 금리 수익을 위한 자본이 아닌 주로 장기적인 소극투자(passive) 자금으로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국채 수요기반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면서 미래의 예상치 못한 재정지출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수 반영은 2025년 11월부터다. 편입 이후 유예기간을 분기 단위로 적용하면 내년 11월부터 분기마다 139억~167억달러(19조~22조원)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이는 최근 6개월간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평균 국고채 경쟁입찰 발행 계획 규모인 11조5000억원과 비교할 때 유의미한 수준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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