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도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처음 접한 이 단어는 비단 연금술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국제사회에까지 적용되고 있었다. 인간의 삶에서 '거래'가 통용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등가교환' 법칙이 무시되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국회다.
지난 7일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는 자리인 만큼 비판이 주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 국감은 더욱 살얼음판이 예고된다.
특히 올해 국감에서는 기업인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대거 부르는 '줄채택'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기업 경영승계 과정 합법성 여부를 위해 한화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를 의결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과 관련해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과 공정위 전관예우 의혹을 받는 정몽원 HL그룹 회장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도 소환되며 국감장이 기업인들로 채워지는 사실상 '기업 국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일단 부르고 보자'는 국감이 되풀이되면서 기업의 부담도 적지 않다. 이 기간은 기업들이 하반기 사업을 점검하고 내년도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필자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지양한다. 다만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안하면 엄하게 혼을 낸다.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자는 취지다. 반대로 스스로 숙제를 다 하고 공부를 하면 칭찬과 더불어 종종 원하는 것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스스로 노력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지만, 기회비용을 잘 활용한 것에 대한 일종의 등가교환이다.
국회는 국감을 통해 국정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 이를 잘 수행하는 것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행위다. 반면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도 국회가 할 일이다. 혼만 내지 말고, 잘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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