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퇴직위로금만 6.5조
취약층 보듬기 사회책임 다해야
취약층 보듬기 사회책임 다해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개 은행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희망퇴직자 1만6236명에게 6조5422억원을 지급했다. 1인당 기준 평균 4억원 넘는 금액이다. 희망퇴직금은 은행들이 법정퇴직금 외에 추가로 지급한 돈으로 특별퇴직금,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한 곳은 한국씨티은행이다. 2021년 한 해만 1조2794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했으며 1인당 평균 6억원이 넘었다. 일부 직원은 8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챙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이 1인당 4억원대를 지급했고 KB국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직원들이 1인당 3억원대 중반가량을 받았다. 지방은행도 주요 시중은행 못지않았다. iM뱅크(옛 DGB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이 모두 1인당 4억원 넘는 희망퇴직금을 나눠줬다.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에 따른 배분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은행의 이익창출 구조를 보면 공감하기 힘든 일이다. 치솟는 금리 덕에 앉은 자리에서 얻은 결과물이다. 부단한 혁신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얻은 수익과 거리가 멀다. 금리 상승기 대출금리를 재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느리게 올리는 꼼수가 은행권에서 횡행했다. 예대마진은 갈수록 벌어졌다. 금융사들의 역대급 실적은 이런 영업 결과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수익 중 이자이익 비중이 93%나 됐다.
고금리 장사로 얻은 이익이 은행들 돈잔치에 쓰여선 곤란하다. 이대로라면 은행이 고리대금업자와 뭐가 다른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하루하루 피말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득 전부를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 가계대출자 규모가 150만명이 넘는다. 평균 연 소득의 7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지출하는 대출자는 275만명에 달한다. 생계형 대출자들의 고통도 돌아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 예대금리 산정과 운용 과정 전반을 제대로 살펴 부당한 이익은 줄일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 섣부른 관치는 피해야 하지만 적정한 수준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은행은 과거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아났다. 그만큼 서민과 사회 취약계층도 염두에 두면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과도한 위로금·성과급 나눠먹기로 사회에 박탈감을 안기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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