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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든 이집트 깡패와 날강도 경찰..갑자기 시작된 도로위 추격전"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34> ] 이집트 '미냐'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1 18:23

수정 2024.10.11 18:23

<34> 이집트 '미냐'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차량이 지나며 모래먼지가 날린다 신기하다. 사진=김태원(tan)
차량이 지나며 모래먼지가 날린다 신기하다. 사진=김태원(tan)

마흐멧네서 이틀을 묵고 또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기상시간이 안맞아 마흐멧과의 작별인사는 어제 저녁에 했고 집을 나가기 전 테이블 위에 한국전통 컵받침과 내가 뜬 레이스를 선물로 남겨놓았다.

마흐멧의 동네 자가직은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100km나 떨어져있다. 사실 위치를 미리 알았다면 우리의 동선과 많이 어긋나서 고민했을텐데 카우치서핑에는 친구의 집이 "카이로"라고만 나와서 그런줄로만 알고 간 것이었다. 이틀간 왔다갔다 거리와 시간 손실은 꽤 있었지만 그래도 현지 친구를 만나고 현지문화를 체험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자가직을 출발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곳의 첫 인상은 공포스러우리만큼 두렵고 위험해 보였지만 그 안에 들어가 지내보니 사는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기만 했다. 십여년 전 과테말라의 안티구아에 갔었을 때 생각이 났다. 그곳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오후 6시만 지나도 길거리에 사람이며 차가 마법같이 싹 사라진다. 밤에는 엄청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겉보기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젯밤 우리가 환전을 걱정하자 마흐멧이 굉장히 반가워하며 자기가 바꿔주겠다고 해서 달러와 이집트 돈을 인터넷의 환율로 바꿨다. 카우치서핑 친구와 돈거래는 안하는 것이 불문율인데 국제 환율에 따라 돈을 교환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서로 만족하는 좋은 거래였다.

이로써 새로운 나라에 오면 해결해야 하는 3가지가 다 풀렸다. 공항에서 산 유심, 친구에게 환전한 현지돈, 그리고 그 돈으로 휘발유도 어렵지 않게 빵빵하게 주유할 수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남쪽으로 향한다. 자욱한 안개가 낀 길을 지나자 도로 옆으로 푸른 밭과 저멀리 야자수들이 안개속에 환상적인 풍경으로 나타났다. 오늘 우리 목적지는 지방의 작은 도시 미냐(Minya)이다.

그곳에는 딱히 볼일이 없지만 룩소르까지 하루에 가기는 힘들어 중간에 하루 묵고 갈 생각이다.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있어 운전이 어렵다. 사진=김태원(tan)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있어 운전이 어렵다. 사진=김태원(tan)

도시의 도로는 운전문화가 엉망이라 운전이 쉽지 않지만 도시밖 고속도로를 타면 노면상태가 매우 훌륭해서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시베리아나 스탄국가들을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르다.

도로는 이제 사막을 지나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모래사막에 난 도로를 달리다니 기분이 묘하다.

차량이 지나며 모래먼지가 날린다 신기하다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있고, 길도 널찍하니 좋고, 통행량도 별로 없고. 드라이브하기에 너무 좋았다.

아스팔트위에 모래들이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장관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겨울에 산을 넘을 때에는 눈보라가 아스팔트에 신기한 무늬를 만들며 휘날렸었는데 모래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사막을 지나자 다시 초원이 나타난다. 그리고 곧 미냐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KFC. 오래간만에 먹는 치킨과 코울슬로가 너무 맛있다.

관광지가 아닌 미냐에는 숙소의 선택지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두세군데 중 가장 저렴한 곳으로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에어컨도 있는 방이 깨끗하고 편했고 저녁은 룸서비스로 타진을 주문했는데 빵과 야채샐러드도 같이 와서 매우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착하다. 이집트니까 호텔 룸서비스가 가능하지 한국에선 엄두도 못낸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키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놀랐다. 사진=김태원(tan)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키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놀랐다. 사진=김태원(tan)

다음날 아침 1층 로비의 조식식당에 갔다. 약 6만원의 저렴한 숙박비에 아침도 포함이다. 후무스, 계란, 스프, 치즈 등등 좋은 음식으로 충분히 요기할 수 있었다.

아침도 맛나게 잘 먹고 기분좋게 호텔을 나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짐을 들고 차로 걸어가는데 호텔로비에 있던 이집트 남자가 따라오며 말을 건다. 줄무늬 니트를 입고 있던 남자는 호텔에서 주는 커피를 들고 "Good morning. Are you Kim?"(좋은 아침, 너 이름이 김 맞지?)라고 했다. 이집트 도착하자마자 수없이 만난 또다른 호객꾼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최대한 좋게좋게 보내려고 미소를 띈 얼굴로 최소한의 대답만 하며 차로 갔다. 남자는 계속 따라오며 어디로 가냐, 이 근처의 말라우 박물관은 안가냐, 왜 안가냐, 얼마 안걸린다 등 전형적인 호객꾼 투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역시나 외국인을 상대로 관광지를 안내하며 돈버는 현지인인가 보다.

차에 타려고하자 계속해서 말을 거는 그를 떼놓기위해 탄이 한국말신공을 시전했다.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 못가요." 우리가 주차한 곳에서 차를 빼자 그는 갑자기 우리차 뒷문을 열고 타려고 했다. 탄이 놀라서 밖으로 나와 뭐하는 거냐고 그를 막았다.

차에 타는 것을 저지당하자 그는 우리 차가 나가지 못하도록 뒤에 서서 막았다. 그 호텔은 막다른 골목 끝에 있어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후진으로 골목을 빠져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잠시 후 한패인 듯한 또다른 남자가 어깨에 총을 메고 나타나 뒤에서 길을 함께 막았다.

총까지 찬 현지인들이 길을 막아섰다. 사진=김태원(tan)
총까지 찬 현지인들이 길을 막아섰다. 사진=김태원(tan)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때 호텔 직원이 우리차에 다가왔다.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듯 그에게 사정을 했다. "우리 빨리 가야해요. 가게 해주세요. 저 사람들 상대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호텔 직원도 그 사람들에게 가더니 무언가 이야기만 하는 모양새가 한패인가 싶었다.

우리를 도와 그들을 내쫓아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사람이 점점 늘어나 4~5명이 되었다. 단단히 잘못 걸렸다 싶다.

호텔 직원도 우리를 막는다. 아주 위험한 사람들이다.

대체 얼마를 원하는 걸까? 우리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나 있는 걸까? 어디로 납치되거나 저 총으로 해를 입게 되는건 아닌지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한없이 초긴장 상태로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드디어 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골목 끝에서 호텔 직원이 불러준 건지 제복을 입은 경찰이 와서 말을 건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 룩소르로 간다고 대답했다. 뒤에 경찰차도 보인다.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경찰차가 에스코트 해준다고 하는 듯했다.

골목을 빠져나와 한시름 놓긴 했지만 그렇게 경찰차를 따라가자니 경찰도 돈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불안해졌다.

혼잡한 이집트 거리에서 경찰차를 따돌리다. 사진=김태원(tan)
혼잡한 이집트 거리에서 경찰차를 따돌리다. 사진=김태원(tan)

이곳 사람들이 워낙 가난해서 외국인이 돈주머니로 보이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식으로 위력을 가하는 것이 알려지면 누가 이집트로 관광 오려할까 싶었다.

갑자기 경찰차가 비상등을 켜며 길가에 차를 세웠다. 우리를 쳐다보며 우리도 차를 세우라고 하는 듯했지만 탄은 이때다 싶었는지 그대로 차를 지나쳐 달렸다. "우리는 그냥 갈길을 갈뿐이야. 경찰이 쫓아오고 싶으면 쫓아오겠지. 우리가 굳이 기다릴 것까지는 없지." "비상등을 켜고 굿바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비상등을 켜고 '안녕' 했어." 우리 마음대로 해석하고 경찰을 떼어놓고 싶어 달려갔지만 하필 기름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탄이 차를 길옆에 세우고 주유소를 찾아야 겠다고 하고 있을때 경찰이 다시 우리를 따라잡았다. 아예 차를 우리앞에 세워 우리가 못 움직이게 또 막아섰다.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화난 목소리로 자기가 "Genaral police"라고 한다. 무슨 X소리인가 싶었다. 우리는 못알아듣는 척하며 계기판을 가리키며 주유소에 가야한다고 딴청을 피웠다. 서로 자기 할말만 했다.

우리가 먼저 가버려서 화가 몹시 난듯해서 무서웠다. 탄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스마트폰으로 지도에서 주유소를 찾아 보여주고 우리가 주유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조금 있자 경찰차 한대가 더 나타났다. 이제 경찰차 2대의 뒤를 따라간다.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너무 불안했다.

경찰차 한대가 더 나타나 상황이 안 좋아졌다. 사진=김태원(tan)
경찰차 한대가 더 나타나 상황이 안 좋아졌다. 사진=김태원(tan)

어차피 잡힌거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에 집중했다. 계기판에 주행가능 거리 표시가 꺼지고 이제 차가 언제 서버릴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가까스로 주유소에 도착, 하지만 휘발유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을 찾는다. 경찰이 앞서가건말건 70km 연비효율 운전을 하며 갔다. 주유소로 가려면 우측으로 꺾어야 하는데 경찰이 못가게 막고 있다. 이 주유소를 지나치면 정말 차가 서버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차에서 내려 저 경찰차를 타고 어디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들었다.

탄은 과감하게 유턴을 해서 경찰차를 무시하고 주유소로 내달렸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대사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이 주유하는 동안 내가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한차례 따돌려진 경찰이 다가오더니 화난 목소리로 자기가 "Genaral police"이라고 한다. 사진=김태원(tan)
한차례 따돌려진 경찰이 다가오더니 화난 목소리로 자기가 "Genaral police"이라고 한다. 사진=김태원(tan)

연료가 소진되기 직전 가까스로 주유소에 도착

다행히 더이상의 방해 없이, 연료가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간신히 주유소에 도착했다. 나는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한국에서 이집트에 가면 연락해보라고 소개 받았던 현지교포분께 우선 전화를 했다. 만난적도 없는데 갑작스럽게 전화를 드리게 되어 송구스러웠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우리 사정을 말씀드리자 그분은 경찰을 바꿔달라고 하셨다.

아랍어를 하실 수 있으니 우리를 놔달라 안그러면 큰코다칠 것이다 하며 혼구녕을 내주기를 은근 바랬다. 경찰과 아랍어로 통화를 하고 다시 전화를 돌려받자 교포분은 놀라운 이야기를 하셨다. "이 경찰들을 따라가셔야 할거에요." "네?" 놀라서 반문했다.

교포분은 "이집트는 공산국가처럼 통제가 심한 나라인데 외국인이 단체관광이 아니고 렌트를 해서 관광지가 아닌 곳을 맘대로 마구 돌아다니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관광경찰'이라는 사람들을 두어 그런 외국인을 보면 안전한 고속도로로 에스코트하면서 감시와 보호를 하고 있는 거에요."라고 하셨다.

깡패같던 사람들이 우릴 에스코트 해주는 사복경찰이라니...

세상에. 완전 깡패처럼 보이던 저 사람이 진짜 사복경찰이라니. 지금 상황이 비정상적인 납치나 강탈이 아니었다니. 너무너무 안도가 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 이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끝까지 이들을 날강도 무리로 생각했을테고 이집트를 다니는 내내 긴장하며 불편한 기분으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분의 자세한 설명으로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한 우리는 그동안의 불안과 걱정을 털어내고 비로소 경찰들을 웃으며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우리 돈을 노리는 강도들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고속도로가 나오자 그들의 관할구역이 끝났는지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와서 잘가라고 인사를 하며 보내주었다. 그들에게 큰 오해를 한것이 미안한 마음에 우리는 그들이 알아듣건말건 사과를 하고 감사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다시 우리끼리 홀가분하게 드라이브를 하게되니 너무 기쁘고 시원했다.

이 나라의 상황과 관습을 몰라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평화롭게 잘 끝나 정말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낯선 나라로 이동할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 사건이 되었다. 무조건 의심하고 넘겨짚지 말고 가능한 도움을 청해 현지의 상식을 알아내자.

미냐를 나와 룩소르를 향해 가는 도중 만난 작은 도시 입구에서 또 경찰차를 만났다. 이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당연한 듯 경찰차를 뒤따라간다.

관할구역이 끝난 곳에서 다른 경찰차에게 우리를 인계하기도 한다.
다들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맞아주시니 너무 좋았다. 처음과 달리 여유롭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찰의 에스코트를 오히려 즐기기까지 할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_ufYXwYzqZs?si=NcQ5JOHxrciAv4tC>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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