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해 업무과중 상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을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부서에 배당했는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당분간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씨, 김영선 전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은 명씨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퇴임한 직후부터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80차례에 걸쳐 이뤄진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사세행 측은 "피고발인 윤석열은 대선 과정 내내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총 80차례에 걸쳐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전달받아 총 3억752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앞서 수사4부에 배당된 다른 사건과의 연결성을 고려해 같은 부서에 이번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23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4부에 배당한 바 있다. 공수처의 경우 처·차장 등 지휘부가 다각적으로 사건을 검토한 뒤 배당 부서를 정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여론조사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 모두 명씨가 중심인물이라는 연결성이 있다.
공천 개입 의혹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윤 대통령 부부가 정치 브로커인 명씨로부터 김 전 의원을 창원 의창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로 공천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공천에 불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수사4부가 여론조사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8월부터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수사를 종결짓지 못하고 있다. 사건 규모나 정치적 부담이 큰 사건 2개를 한 부서가 한꺼번에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력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수사4부는 이대환 부장검사를 포함해 두 명의 평검사가 전부다.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가 수사4부에서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해도 총 인원이 4명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이대환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은 연임 재가를 받지 못해 신분이 보장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 내부 관계자는 "공수처 내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많아 다른 수사부서들도 모두 업무 과중 상태"라며 "인력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밤을 새워 수사를 해도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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