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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나라적자 84조인데 외국에 7조 세금 내는 현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0 18:27

수정 2024.10.10 18:27

대기업 해외진출하고 복귀는 적어
외국기업 유치하고 제도 개선해야
/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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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지난 8월 기준 8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원 이상 증가한 것인데 적자 규모로 역대 3번째라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10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8월 말 누계 총수입은 396조원, 총지출은 447조원이다. 통합재정수지는 50조원대 적자, 정부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수지 차감)는 8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눈덩이 재정적자는 경기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면서 예고됐던 바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56조원의 사상 최대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세수펑크가 불가피하다. 8월 누계 국세수입도 지난해 동기 대비 9조원 넘게 줄었다. 기업 실적이 부진해 법인세가 17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국내에선 기업 세금이 줄었는데 기업들의 외국납부세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법인이 지난해 해외에서 납부한 세액은 7조6464억원이나 됐다. 역대 최대 기록으로, 5년 전 3조2758억원과 비교하면 4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더욱이 상위 10대 기업의 납부액은 3조547억원으로 이는 국내 법인세의 43%에 해당되는 규모다. 국내에서 낸 법인세의 절반 가까운 세금을 외국 정부에도 내고 있다는 뜻인데 이 비중이 최근 급속히 상승세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10대 기업 외국납부세액의 국내 법인세 대비 비중은 2021년 14%였던 것이 2022년 32%로 늘었고, 지난해 43%까지 불어난 것이다.

해외에서 뛰는 기업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나 세수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마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외국 기업의 국내 유치는 물론이고 우리 기업의 리쇼어링(국내 유턴)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국내 투자에 신바람이 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 유인책을 참고해 국내 영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첨단기업들이 앞다퉈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그만큼 해외 여건이 국내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보조금과 파격적인 세액공제, 광범위한 현지 인프라 등 매력적인 조건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첨단 고급 과학인재 수혈도 말할 것 없다. 기업들은 이공계 기술인재 부족을 매번 지적했으나 정부의 대책 마련은 더디고 미흡했다. 미래 과학을 책임질 공대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재수, 삼수를 해서 의대로 간다. 이대로면 첨단 연구개발(R&D)은 해외 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강성 귀족노조가 이끄는 파행적 노사문화 역시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요인이다. 회사 본업과 상관없는 정치투쟁으로 파업을 일삼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경직된 근로제도와 임금체계 개혁도 노조 저항에 진전이 없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표기업들이 지금 겪는 어려움도 이런 이유들과 관련이 있다. 세수부족, 재정적자 문제는 기업 환경개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세금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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