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대량살상무기 금지 약속 재고할 수도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에서 핵시설을 표적으로 할 경우 핵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이란의 경고가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 고문인 라술 사나에이-라드 준장은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반관영 뉴스통신사 파르스에 "핵 시설 공격은 전쟁 중 그리고 전쟁 후의 계산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은 벌써 (이란의) 핵전략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더욱이 그런 행동(이란 핵 시설 타격)은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나에이-라드 준장은 "핵 시설은 전쟁 중에도 양 당사국이 고려해야 할 프로토콜이 있다. 이란의 잠재적 대응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에 반영되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 등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일 이스라엘에 200발 가량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스라엘 내 일부 우익 인사들은 재보복으로 이란의 핵 시설을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이를 가장 극단적인 보복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핵 시설이나 석유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지 말라고 권고해왔다.
앞서 이란에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O)를 금지한다는 '파트와'(종교지도자의 칙령 또는 이슬란 율법 해석)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최근 몇 주간 이란의 주요 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온 만큼 이란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20년 전 최고지도자의 약속도 재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을 지낸 배스 새너도 하메네이의 2003년 결정을 뒤집을 확률이 "지금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다면 이란도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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