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야심차게 준비한 '로보(무인)택시' 공개 행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당일 하루에 8.8% 급락하며 테슬라를 신봉하는 '테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날 하루 만에 사라진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3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규모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하루 전보다 8.78% 내린 217.80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장중에 214.38달러로 10% 이상 하락하며 지난 두 달 중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일론 머스크는 로스엔젤레스(LA)에서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 로봇' 행사에서 운전대와 페달 없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로보택시 사이버캡 시제품을 공개했다. 로보택시가 상용화 되면 주차 공간을 활용해 도심을 녹지로 꾸미는 등의 비전을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는 로보택시 가격이 향후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으로 낮아질 수 있고 2026년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미국 정부의 로보택시 규제 허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이 투자자를 실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이전까지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시장의 실망 매물과 차익실현 매물도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4월 일론 머스크가 로보택시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이후 행사전인 지난 8일까지 약 70% 올랐다.
이날 테슬라는 로보택시 외에도 20인승 규모의 자율주행 전기 밴인 '로보벤' 콘셉트카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최신 버전도 선보였다. 로보밴이 상용화 될 경우 기존 버스 대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옵티머스에 대해서도 향후 자동차보다 적은 가격인 2만~3만달러(2700만원~4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나올 것이라고 발언했다.
미국 증권가 등에서는 이날 일론 머스크의 발표 내용이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분석팀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 내용에 대해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생산 예정인 저가 모델을 보여주지 않았고, 우리는 FSD(완전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진행 상황에 대한 단기적인 업데이트나 시스템 개선을 반영하는 데이터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주가 전망도 비관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분석팀도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로보택시 이벤트 이전의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몇 주간 주식 매도세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테슬라의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70억달러(약 90조6000억원)가 증발했다. 이날 증발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국내 코스피 탑3인 LG에너지솔루션(96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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