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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안전지대' 판례 검색시장…치열해지는 경쟁[성장 못하는 한국 리걸테크 (하)]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3 15:23

수정 2024.10.13 15:23

韓리걸테크, 판례 검색 서비스 고도화 집중
법원 판례 접근성 떨어져...변호사단체와 제휴 맺는 등 안전성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 리걸테크 업계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판례 검색 서비스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법원의 판결문 공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법조인들의 수요가 발생하고, 변호사단체와 이용 제휴를 맺는 등 판례검색 서비스가 직역 단체와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그나마 ‘안전지대’로 꼽히는 탓이다. 아울러 판례 데이터 확보에 따른 AI 서비스 고도화를 꾀할 수 있다는 계산도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인수, 가격인하 등 경쟁 치열
판례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이진 변호사가 세운 리걸테크 업체인 ‘엘박스’다. 이미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국내 주요 로펌들과 국내 변호사 절반 이상인 2만여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엘박스는 지난 8월 판례 검색 서비스 업체인 케이스노트를 인수하며 몸집 키웠다. 인수 당시 보유하고 있던 판례가 엘박스 340만건, 케이스노트 170만건인 만큼, 엘박스는 방대한 판례 데이터를 확보한 셈이다. 이 회사는 향후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 ‘엘박스AI’ 고도화 및 변호사검색 플랫폼 ‘엘파인드’와 연동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케이스노트를 통해 판례를 검색한 일반 법률 소비자들이 직접 해당 사건을 수행한 변호사들을 엘파인드를 통해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연결한다는 내용이다.

‘로톡’ 운영사이기도 한 로앤컴퍼니는 AI 기술을 접목해 고도화된 검색 기능을 지원하는 빅케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케이스는 △ 서면 검색 △AI 요점보기 △쟁점별 판례보기와 같은 똑똑한 검색 기능을 탑재했다. 판례 안에서 중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주고, 장문의 법률 서면을 입력하면 연관성이 높은 판례·법령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판례, 법령 등을 무제한으로 검색할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 ‘빅케이스 플러스(Plus)’를 선보였다. 변호사 인증 절차를 거친 회원은 개별 범죄에 대해 가장 많이 선고된 형량, 기간별 형량 추이 등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빅케이스 그래프’도 이용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엘박스가 지난달부터 스탠다드 요금제 가격을 기존 2만9900원에서 6만9900원으로 약 2.3배 인상한 반면 로앤컴퍼니는 빅케이스Plus의 월 구독료를 3만3000원에서 2만 9700원으로 10% 낮췄다.

판례를 비롯한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로앤비의 경우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제휴를 맺고 저변 확대에 나섰다.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달부터 로앤비의 판례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변회가 최근 전국 최대 규모의 지방변호사회인 만큼, 로앤비 역시 인지도 및 회원 수 증대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판례검색, 갈등서 안전한 사업이라는 공감대"
판례 검색 서비스가 국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일차적 배경은 공공 영역에서 판결문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다. 우리 사법부는 지난 2019년부터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도입했지만, 공개하는 판결문의 범위를 2013년 이후 확정된 형사 사건과 2015년 이후 확정된 민사·행정·특허 사건으로 제한했다. 지난해부터는 개정 민사소송법 시행으로 민사(행정·특허 포함) 사건의 미확정 판결문도 인터넷 열람 검색이 가능해졌으나, 2023년 1월 1일부터 선고된 건에 한정돼 여전히 제약이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판례 검색 서비스가 직역단체와의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거론된다. 실제 엘박스의 경우 전국 14개의 지방변호사회 중 13개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변회와 로앤비의 제휴도 같은 맥락이다.

한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리걸테크와 변호사 업계 간 갈등이 부각됐지만, 판례 검색 서비스의 경우 변호사법 위반 등 이슈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시점에서 안전한 사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판례 데이터가 리걸테크 업계의 주요 먹거리인 AI 서비스의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사건에 대한 유사 판례를 제공하거나 어떤 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지, 어떤 형량이 나오는지 등 향후 AI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선 판례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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