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집값과열 차단에 보조 맞출듯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꺾기 위해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전방위적 가계대출 억제방안을 연말까지 지속할 방침이어서다.
금융당국도 금리인하가 부동산 매수 심리에 다시 불을 지피지 않도록 은행들에 가계대출 잔액을 철저하게 관리해줄 것을 당부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당분간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1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높인다. KB국민은행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최대 0.16%p, SC제일은행은 상품 종류에 따라 0.05~0.25%p 올리기로 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은행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지난달 11일 연 3.161%에서 이달 10일 연 3.319%로 뛰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역주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속에 7~8월 5대 시중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22차례 인상했고, 지난달 말에도 일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목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올리자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 쏠림 방지를 위해 다 같이 높인 바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리인하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을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감독수단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들로서는 주담대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누가 먼저 내리지 않고서는 못 내릴 것"이라면서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어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전방위적 대출 억제방안을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지속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말까지 이 상태를 가져갈 것"이라면서 "가계대출 총량제 목표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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