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 송장이 웬말이냐."
최근 재건축·재개발 이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데이케어센터'다. 노치원(노인·유치원 합성어)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주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주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신체 건강의 유지와 개선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은퇴 후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노년층에 교류의 장이 되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곳에 '혐오시설' 딱지를 붙이는 이들이 있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지자체가 요구하는 기부채납 중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민이나 조합원들이다. 단지에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그들 중에서도 일부는 '송장'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한다.
MBTI에 꽤나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들의 사고방식에는 극단의 T성향이, 행동에는 지나친 F성향이 반영된 듯하다.
F성향이 강한 필자로서는 우리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떠올려 볼 때 데이케어센터는 집 가까이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혐오시설이 아닌 힐링시설, 안심시설이다. 게다가 평범한 우리 모두가 이용하게 될 공공재다. 지자체와 맞서며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행동에는 T성향의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데이케어센터 탓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그들의 언행이 오히려 자신들의 집값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까.
혐오시설이라는 논란과 갈등이 장기화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데이케어센터가 없다면 신속통합기획(정비사업)도 없다"며 사실상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재건축·재개발의 필수요소로 못 박았다. 이대로라면 향후 10여년 후에는 서울 곳곳에 더 많은 데이케어센터가 신설될 것이고, 이용자인 노령층뿐 아니라 노인돌봄 부담을 덜 수 있는 자녀세대의 삶의 질까지 높아질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산후조리원이 노인요양기관으로 전환되는 시대다. '노품아(노인복지시설을 품은 아파트)'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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