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감산하던 것을 포기하고 증산을 예고함에 따라 또 다른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12월부터 증산을 시사한 점에 주목하면서 국제유가를 낮게는 배럴당 50달러까지 끌어내릴 태세라며 재정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고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이런 전략은 유가 하락 뿐 아니라 그동안 감산을 따르지 않았던 러시아를 포함한 일부 산유국들을 응징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런던정경대의 연구원 루크 쿠퍼는 정치사회 전문지 IPS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앞으로 증산된 원유를 대폭 낮춘 가격에 판매해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재원을 확보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카르텔 회원국이 아닌 산유국까지 포함해 구성된 OPEC+의 감산을 통해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려 했으나 80달러대를 넘지못하면서 실패했다. 사우디는 지난 1년 이상 하루 900만배럴 생산을 유지했고 이 때문에 시장 점유율은 낮아졌다.
반면 S&P글로벌 레이팅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7월 주어진 일일 산유량 쿼터 보다 하루 12만2000배럴씩 더 생산했으며 이란과 카자흐스탄도 감산량을 지키지 않았다.
워싱턴연구소의 걸프만 에너지 정책 연구원 사이먼 핸더슨은 일부 산유국들이 순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감산 약속을 위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3년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는 전쟁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내년 전체 재정의 40%가 국방비 지출로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석유 판매가 계속 필요하다. 석유와 가스는 보통 러시아의 국가 재정 수입의 35~40%를 제공해왔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판매 가격을 제한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만약 사우디의 증산으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질 경우 러시아의 재정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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