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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의 해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4 18:08

수정 2024.10.14 18:08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몇 년간 개인투자자 수 증가세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2019년까지만 해도 600만명가량이던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2021년 이래 14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액도 2019년 말 11조원이던 것이 최근에는 115조원까지 늘었다. 삼성전자 주주 수도 2023년 말 기준 521만명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660만명이라고 하니 삼성전자가 배당을 하면 이에 못지않은 수의 주주들이 배당을 받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나 주가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도 놀랍지 않다.

개인투자자 수가 늘자 주식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늘었다. 지난 몇 년 사이 경제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언론에서도 자본시장 관련 뉴스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치적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1400만명이나 되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니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의 저평가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비슷한 액수의 순자산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나라 회사 주가는 선진국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회사의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환원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눈에 띄게 낮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저평가된 우리 시장은 때로는 자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식시장은 무엇이 문제여서 이처럼 주가가 낮을까.

그 원인으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지정학적 위험, 외환규제 등이 제시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거버넌스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지배주주가 20~30%의 지분만으로 여러 회사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어렵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을 30% 보유하고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다시 30% 보유한다면, 자회사가 100원을 배당하더라도 9원(100원×30%×30%)만 지배주주에게 지급되고 91원은 일반주주에게 지급된다. 지배주주로서는 100원을 사용하여 9원을 배당받느니, 회사로부터 높은 보수를 받거나 개인회사와 거래를 통해 회사의 부를 가져가는 것을 선택한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이러한 소유구조하에서라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런한 상황에서는 지배주주가 과연 주가를 올릴 유인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미국에서는 주가가 낮으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쉬워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경영진이 주가를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적대적 M&A 사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설명은 잘 통하지 않는다. 주가가 높으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니, 지배주주는 주가가 낮은 것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보기도 한다. 상속세율을 낮춰서 지배주주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2001년 2월 기사에 따르면 진념 당시 부총리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된 원인은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비전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회계투명성, 소액주주권익보장 등이 개선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것들만 개선되어도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20년 전에 그 해결방안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실천에 옮길 때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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