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단순)평균 86.6%로 전년동기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78~82% 수준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지난달 자동차보험은 적자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자동차보험 적자는 올해 4·4분기에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료 인하 효과와 겨울철 폭설·결빙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지면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손보사에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박이 클 것"이라고 했다.
악화 중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보험료 인상을 결정하기 전 경미한 사고에 대한 보상 면제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원 치료도 가능한 경미한 충돌 사고에도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분위기"라며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은 이동량 증가와 화재 등 사고 영향이 있지만 환자들에 대한 과잉진료도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평균 진료비는 85만3000원으로 2014년 30만원과 비교하면 184.3%가 늘었다. 반면 중상환자의 평균 진료비는 56.4% 늘었다. 경상환자의 치료비 증가율이 중상환자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1조4888억원으로 지난 2014년 2722억원에 대비해 5,5배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방 진료비는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58.1%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은 부딪힌 차량의 속도변화가 시속 11㎞ 미만이면 부상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대인 보상을 면책한다. 다른 유럽 국가나 일본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유사한 정책이 시행 중"이라며 "사고 충격 정도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차량수리비 상승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보고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6~2023년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의 사고당 손해액의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5.4%, 4.7%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 2.3%를 훨씬 웃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은 리포트 '자동차 부품비 증가의 영향과 개선 과제'를 통해 "차량의 고급화 및 대형화로 차량 가격이 상승했고, 특히 외산차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차량 부품가격도 크게 상승했다"며 "자기차량손해담보에 대한 자기부담금 설정 금액의 범위를 확대해 과도한 수리 등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보험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예병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