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노벨 경제학 수상자 한국경제 극찬, 도취되진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5 18:18

수정 2024.10.15 18:18

포용적 제도로 놀라운 성장 이뤄내
4대 개혁 달성해 번영을 이어가야
14일 올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3인. 왼쪽부터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슨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사진=뉴시스
14일 올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3인. 왼쪽부터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슨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사진=뉴시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높게 평가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은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 연구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가 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과거에 거론됐던 지정학적 요인들보다 제도에 있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과 국가번영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정경쟁을 추구하는 제도가 소수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제도적 비교는 남북한의 경제성장 격차를 비교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공동 수상자인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수출지향적 경제가 국가 내에서 경쟁과 효율화를 압박해 성장을 촉진했다는 평도 내놓았다. 고무적인 건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점이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포용적 제도와 거리가 먼 탓에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북한 역시 전체주의적 독재 정치체제에 얽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심한 반기업 정서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이 이끄는 특정 산업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해 국가의 부가 늘어나고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가 중국과 북한처럼 사회주의 혹은 전체주의적 체제보다 경제성장 면에서도 우월한 체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극찬에 도취될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발전시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유일무이한 국가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구조적 문제가 도처에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저출생·고령화 문제다. 노벨상 공동 수상자들도 한국이 앞으로 고령화를 적극 대응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았다.

국가의 번영이 지속 가능하려면 우리 사회 앞에 닥친 4가지 큰 파고를 넘어야 한다.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완수다. 연금의 경우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재정고갈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교육은 국가번영에 핵심인 인재 육성을 위해 개혁의 1순위로 꼽아도 부족하지 않은 영역이다. 노동개혁은 비효율적인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관건이다. 4가지 개혁과제는 노벨상 공동 수상자들이 언급한 포용적 제도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암울하다는 과도한 비관론은 금물이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성장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4대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때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