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내가 외부현실을 바꿀 수 있는 여지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변화에 저항하지 말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라'는 것이다.
이런 '트렌서핑적' 사고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업계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대형 유통채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 새 업계 내 주목도와 입지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자율협약을 만들 정도로 출혈경쟁에 매몰된 업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채널보다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커머스 성장 속 기존 백화점·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대형 오프라인 채널이 쪼그라들면서 편의점업계는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편의점업계가 앞세운 건 거리와 속도다. SNS에서 화제가 된 상품은 불과 2~3주 만에 상품화돼 진열된다. 상품기획자(MD)들은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발품 못지않게 SNS를 뒤지는 '손품'을 판다. 실시간 카테고리별 인기 키워드를 한눈에 파악하는 '트렌드 시스템'도 갖췄다. 주요 소비세대로 떠오른 MZ세대의 개성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잡기 위한 노력이다. 코로나19로 대형 오프라인 채널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 편의점은 집 앞 가장 가까운 채널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치열한 출점경쟁으로 '길 건너 또 편의점'이 생긴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연일 화제몰이 중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편의점 재료를 활용한 경연이 등장한 것도, 프로그램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권성준)'가 만든 '밤 티라미수 컵'이 예약 개시 20분 만에 준비물량 2만개가 전부 동난 것도 달라진 편의점업계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
몇 년 새 달라진 유통업계 내 편의점의 위상이 의미하는 건 '빠른 변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라는 것이다. '조금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사는 곳'이었던 과거 편의점의 경쟁력은 이제 콘텐츠로 변화했다. '점주 생존권'이라는 무거운 단어와 함께 자율협약을 내걸었던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의 '콘텐츠 경쟁'은 없었을 것이다. 편의점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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