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기준 투표율 4.3%... 썰렁한 투표장, 투표하러 왔느냐 묻자, "아니요"
그래도 투표장 찾은 이들 "유권자가 감시해야"
사실상 새로운 교육감에게 바라는 유권자 메시지
그래도 투표장 찾은 이들 "유권자가 감시해야"
사실상 새로운 교육감에게 바라는 유권자 메시지
[파이낸셜뉴스]"많은 교육감 후보가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공약하지만 학생들, 학부모들, 심지어 나조차 '좋은 대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꿈꾼다. 학벌에 의해 계층이 정해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겠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김모씨(50대)는 교육감 직선제의 찬반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김씨의 아들은 현재 고등학생 2학년이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는 김씨에게 사실상 '당면한 과제'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지 당일까지 결정하지 않았다. 내 손으로 뽑아봤자, 어차피 ‘입시’ 중심의 교육풍토에선 바뀔 것이 없다는 회의감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 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16일, 기자가 만난 서울시민 상당수는 선거에 김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교육감은 직선제 시행 17년이 지난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산한 투표소, 냉소적인 시민들
이날 오전 잠원동의 한 구립복지시설에 위치한 투표소는 다소 한산한 편이었다. '안내' 문구가 적힌 흰색 앞치마를 두른 투표소 안내원이 구립복지관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투표하러 오셨나요?"라고 연신 물었지만, 5명 중 3명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실제 투표율은 오전 11시 기준 4.3%에 불과했다. 올해 4월 제22대 총선 투표율의 14.5%과 차이가 크다.
김모씨(60대)는 "교육감이 바뀐다고 교육정책이 바뀔 리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몇 해 전 미국 유학을 떠난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다. 아들이 어린 나이에 유학에 오른 것은 한국 교육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김씨의 선택 때문이다. 김씨는 "새로 선출될 교육감이 자식들의 '입시 성공'을 가로막으면 그 즉시 탄핵당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투표소를 찾은 다른 이들 역시 교육감 직선제의 유효성에 의문을 품었다.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과 지방자치제가 약한 상황이 이유다. 이모씨(70)은 "초·중·고 교육을 두고 여러 실험을 하려고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며 "학생이라면 응당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자녀를 둔 이모씨(61)는 "한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의해 재정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므로 교육감이 바뀐다고 해서 교육정책의 기조가 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정한 입시, 내가 감시해야
그래도 시민들은 ‘교육이 공동체의 미래’라는 생각에서 투표장을 찾았다고 했다. ‘유권자가 감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A씨(33)은 "교육감이 바뀐다고 입시 위주의 초·중·고 교육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인만큼 감시를 해야 한다. 공정한 입시를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잠원동의 김씨 역시 "우리사회는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부르지 않냐"며 "결국 오늘의 투표가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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